(벌써 몇 년이 흘렀네요. 마스크 안 쓰면 욕먹던 시기에 썼던 글을 손질해 올립니다. 다시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손 발 열심히 씻읍시다요)
친구와 소문난 선짓국을 먹으러 갔다. 대기 줄이 너무 길어 옆의 육개장집으로 갔다. 맛이 없었다. 국물은 짜고, 고기는 누린내가 나고, 대파는 질겼다. 간판은 '육개장전문'이었는데 육개장에 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집이다. 줄 서는 집은 믿지 않는 편이고, 그렇다고 줄 안 서는 집도 별로 나은 게 없다. 이 한 입 즐거이 먹을 곳이 이리도 없다는 말인가!
그래도 나오며 잘 먹었노라 인사했다. 맛이 있니 없니 한마디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다시는 안 오면 될 것을. 지적하고 비난하는 건 조금이나마 미련이나 애정이 있어서일 것이다. 입을 다무는 건 욕을 하는 것보다 모진 대응이다. 언쟁을 하는 동안은 차라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나, 사건은 그 이후 침묵의 시간에 일어난다. 조용하여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때는, 누군가 나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시간일지 모른다.
코로나로 비대면 사회가 되어간다. 그렇지 않아도 지하철을 타면 열 명 중 열한 명이 이어폰을 하고 있거나 휴대폰에 눈을 박고 있어 심리적 비대면 사회가 된 지 오래지만, 이제는 모두들 마스크까지 쓰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침묵의 시대에 사는 것 같다. 이 침묵은 단지 바이러스를 막고자 할 뿐일까, 아니면 이참에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표현일까. 어쩌면 디스토피아는 침묵의 세상일지 모르겠다.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끼익! 철교를 건너 지하로 접어들며 내는 쇳소리가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캄캄한 침묵의 디스토피아 행 열차.
점심에 맛없는 육개장을 먹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