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437’. 노원구청 1층 홀에 있는 카페 이름이다. ‘437’은 도로주소명에서 따왔다. 고심 끝에 이름을 정했을 텐데 평범해서 각별하다.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진했다. 내 취향의 맛. 속이 불편해 다 마시지 못한 것이 미안할 지경이다. 커피 잔 옆에는 그곳 카페 냅킨을 꼭 갖다 놓는다. 코와 입을 닦지만, 때때로 냅킨에 메모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버릇대로 남은 냅킨은 배낭에 챙겼다.
카페 옆, 중랑천이 생태하천임을 홍보하는 코너에서 ‘예’, ‘아니요’ 답변 스티커를 붙이고 칫솔 하나를 받았다. ‘친환경소재로 지구를 생각한’ 그 대나무 칫솔을 커피 잔 오른쪽 옆에 두고 사진에 함께 담았다. 가지고 온 냅킨과 칫솔은 내 방, 누워 있는 서재에 놓여 있다. 서로 조금 옆에.
노원구청을 나와 사거리를 건너는데 모 백화점 건물의 대형 홍보판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네 옆에 내가 있음이 그냥 행복이다.”(나태주 시인의 시 ‘끝끝내’ 중에서)
보통 내 옆에 네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할 법한데 여기서는 주체와 객체가 뭉뚱거려 있다. 그렇지만 이 시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이 세상 네가 살아있음이 나의 살아있음이고 존재이유다.”
그런데 다음 목적지 노원중앙도서관 마당에서 또 다른 ‘네’와 ‘내’를 보았다. 도라지와 고추가 한 화분에 같이 있는 것이다. 흰색과 분홍색 도라지꽃과, 녹색 고추 열매가 서로 옆에 있었다.
바라보는 이의 눈이 행복하니, 화분 속의 ‘네’와 ‘내’도 주체건 객체건 서로 옆에 있어 행복할 것 같다. 그저 옆에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