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어둠

by 박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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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에 <한국시집박물관>이라는 곳이 있다. 1970년대까지의 시집 초판본들이 소중하게 보관 전시되고 있다. ‘시집들의 어른’ 격인 셈이다. 사진 속 시집이 유독 눈에 들어왔는데, 2012년에 간 ‘박재삼 문학기행’이 기억나서 그랬다. 눈부신 초록바다를 치마폭처럼 달고 있는 삼천포와 남해를 갔더랬다. 시집 제목처럼 시집도 눈부신 햇빛을 받고 있었다. 규칙적인 일상의 박물관이 문을 닫으면 이 시집은 동료 시집들과 함께 깊은 어둠 속에서 잠을 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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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집박물관> 아랫목에 <만해마을>이 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리는 '만해문학박물관’과 ‘문인의 집’이라는 멋진 이름의 숙소 그리고 북카페 ‘깃듸일 나무’ 등이 주민이 되어 마을을 이루고 있다. ‘깃듸일 나무’는 새가 깃을 접고 쉴 수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깃듸일 나무’는 밤이 더 좋다. 다소곳한 한지등 옆에 다소곳하게 앉을 수 있으니까. 나를 비롯한 동료들이 한지등 옆에 앉은 시간은 카페가 문을 닫는 시간대였다. 그 시간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며 예정된 강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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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듣고 나니 밖은 드문드문 반딧불이 같은 불빛만 빼고 어둠이 사위를 뒤덮고 있었다. 차 소리도 인기척도 드문, 점점 세상에서 드물어지는 적막한 산 구석이 되어 있었다. 숲 속에서 삼림욕 하며 나쁜 공기를 정화하듯이, 소음과 인공조명에 찌든 우리 몸은 건강한 어둠에 머무는 시간이 필요하다. 덕분에 산책하는 동안 어둠 속 내 몸에 화색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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