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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신 Jun 27. 2019

보고 싶다 2

낭만주의人, 엽서하다 19

제비 사진 찍는 게 시골버스 기다리는 것보다 힘들었다. 얼마나 날쌘지 성능 떨어지는 내 핸드폰으로는 따라가 찍을 수 없었다. 많은 제비들이 에어쇼하듯 하늘에 금방 사라지는 검은 점 수놓으며 정선 읍내 거리를 저공비행했다. 운에 맡기며 연거푸 셔터 부분을 터치할 수밖에 없었다.     


정선읍은 제비들의 천국이다. 이곳에서 참새는 소수민족이다. 상가 곳곳 지붕 턱 아래 집을 짓고 연신 먹잇감을 공수해 온다. 새끼들의 입 벌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제비집 밑은 제비 똥이 덕지덕지하다. 사람이 드나드는 출입문 위에 집을 지어도 그냥 두었다. 제비 똥 세례 받지 않게 받침대를 설치했을 따름이다. 둘째 날 묵은 모텔 로비 안에도 제비집이 있었다. 어미 제비는 뒷문을 통해 드나들었다. 주인장은 마음씨 좋게도 뒷문을 늘 열어놓고 있는 듯했다.     


먹잇감만 구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핸드폰을 갖다 대는 이방인을 경계하는지 아니면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여러 마리들이 내 주위를 쏜살같이 휘감아 돌았다. 바로 내 눈앞을 지나치기도 했다. 힘들면 땅바닥에 내려앉기도 했다. 나로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다. 제비 제대로 보는 것이 바람이었는데 정선읍에서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식사로 당연 정선 음식을 선택했다. 메밀 음식도 보고 싶은 대상이었다. 플루트 부는 주인이 앉아 있는 문구점을 지나 5일장 장터 내 식당 한 곳에 들어갔다. 식탁마다 화투 한 장씩 붙어 있었다. 첫날 저녁은 콧등치기. 메밀 가득한 검은색 면발을 오래간만에 보았다. 시원하고 쫄깃했다. 숙소에서 안주로 먹을 전병과 부침개도 주문했다. 술은 ‘아우라지 더덕 막걸리’. 5일장이 있던 셋째 날은 곤드레나물비빔밥. 이렇게 정선에서의 음식 구색을 갖췄다.     



정선읍은 조양강을 가로지르는 제2정선교를 사이에 두고 군청과 읍사무소가 있는 왼쪽 시가지와 정선역이 있는 오른쪽 시가지로 나뉜다. 제2정선교를 걸어 오른쪽 시가지로 갔다. 왼쪽보다 조용하고 한산했다. 서가를 갖춘 반원형 창가의 카페와, 빨랫줄 아래 자전거 있는 풍경을 곁에 둔 담쟁이덩굴 집이 보였다. 행인이 마음껏 앉을 수 있도록 밖에 그네 의자를 달아놓은 분식점도 있었다. 정선소방서가 너른 터에 지어져 있었다. 입구 앞 표석에는 ‘무한봉사’ 문구를 담았다. 지난 4월 고성, 속초 산불 때 이곳 불자동차도 이 정신으로 달려갔으리라.      

그리고 ‘보고 싶다 정선아’. 문구를 본 것이다. 보고 싶어 온 정선, 정선 여행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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