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수 있는 만큼만 줘라

내가 준 것만큼 받기를 기대한다면, 그건 정이 아니라 거래지.

by brwitter

라는 글을 보았다. 몇 번 정도 곱씹어 보았다.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생각이란 건 분명 뇌가 하는 활동이다. 내 행동과 사고는 모두 뇌가 결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생각하는 대로 행동해야 하는 것이 맞을 텐데. 당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는 내 뇌와 쓸데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다행히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지지부진하진 않는 것 같다. 조금이나마 한쪽으로 기울어져 간다.


"내가 내어 준 대로, 똑같거나 더 많은 보상을 원한다면, 그리고 그걸 기대한다면 그건 정이나 사랑이 아니라 대가에 따른 거래라고 보는 게 맞지. 어떻게 매번 그렇게 내가 원하는 대로 되겠냐."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 하나 없이 그렇게 정적으로 지내면 관계는 언제 깊어지는 건데?"


"왜 서로가 서로에게 더 많은 걸 해 줘야지 관계가 깊어지지? 그냥 서로에게 부담만 쥐어주는 거 아냐? 그건 친해지거나 깊어지는 게 아니라 치킨 게임 아냐?"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냐. 그냥 조금이나마"


"많은지 많지 않은지는 누가 정하지? 내가 조금 줬다고 생각한 것들이 상대방에겐 부담일만큼 큰 양일 수도 있고, 혹은 양이 문제가 아니라 전달하는 방식이나 내용 자체가 문제 일 수도 있는 거지."


"네가 베푼 호의가 항상 상대에게 긍정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이기적인 거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기대(企待)하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에게 기대고 싶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에게 이 만큼의 관심과 정을 주었으니, 너도 나에게 그만큼의 정을 주길 바라는 마음은 이기적인 걸까.




다른 이에게 정을 주는 것은 결국, 시간을 소비, 낭비하는 과정의 일원이라는 이야기를 보았다. 동의할 수 없다.

"내가 너에게 이렇게나 많은 시간을 `소비` 할 수 있을 만큼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어."

썩 이쁘게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야 말로, 정이나 사랑이 아닌 거래의 관계가 아닐까.


"난 내가 줄 수 있는 만큼은 다 주고 싶어."


"주지 말라는 게 아니지. 그렇게 주고 난 다음 돌려받기를 기대하지 말라는 거야."


왜?라는 질문에 답은 하지 못했다. 어렴풋한 감성으로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작은 실마리처럼 흐릿하게 그 실루엣이 손에 잡힐 듯하다. 하지만, 정확히 말로 정리해서 표현하자면 역시나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학생들에겐 늘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방법이 맞는 방법일 거라는 보장은 있나요? 접근 자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땐, 잠깐 창문이라도 열고 바람 좀 쐬고, 처음부터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보는 건 어떨까요?"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내가 준 만큼 돌려받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것을 떠나서 `준다` 는 행위는 뭘까? 사람과 사람사이엔 무엇이 오고 갈 수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고` 있었던 걸까?


1. 물건 따위를 남에게 건네어 가지거나 누리게 하다. 개에게 먹이를 주다.

2. 시간 따위를 남에게 허락하여 가지거나 누리게 하다. 너에게 3일의 시간을 주겠다.

3. 남에게 어떤 자격이나 권리, 점수 따위를 가지게 하다. 혜택을 주다.

4. 남에게 어떤 역할 따위를 가지게 하다. 너에게 중요한 임무를 주겠다.

5. 남에게 어떤 일이나 감정을 겪게 하거나 느끼게 하다. 고통을 주다.

6. 실이나 줄 따위를 풀리는 쪽으로 더 풀어내다. 연줄을 더 많이 줘라.

7. 시선이나 관심 따위를 어떤 곳으로 향하다. 눈길을 주다.

8. 다른 사람에게 정이나 마음을 베풀거나 터놓다. 그는 친구에게도 좀처럼 정을 주지 않는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참 많은 `주다`를 정의해 줬다. 대체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을 주고받는 행위는 8번 문항을 뜻하겠지만, 과연 나는 온전히 정이나 마음을 베풀거나 터놓았을까? 순전히 정만을 주고 있었을까? 준다는 것을 빌미로 어떤 권리나 득을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을 받는 사람은 그것을 정을 나눠 받았다고 느꼈을까? 아니면 이해득실을 따져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느껴졌을까? 알 수 없다.




줄 수 있는 만큼 주되, 그에 대한 보상을 혹은 나눔에 대한 보답을 바라지 말라던 필자가 전하고자 했던 말은 그런 뜻이었을까? 주더라도 정을 주고, 받더라도 정을 받아야지. 주는 것은 정이 아닌 마구잡이로 손에 짚이는 데로 던져놓고서, 그만큼을 정으로 되돌려 받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정을 주는 방식이 잘못되지는 않았을까? 정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이 아니지는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역시 알 수 없다.

나는 무엇을 주었고, 받고자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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