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MK != RGB
러프한 스케치 위로 조금씩 색을 얹어
무채색으로 가득했던 지난날을 지워나가
조금씩 밝아지는 캔버스에
너와 함께 했던 그날들을 채워 나가
얼기설기 짜인 캔버스에
붓을 들어 그때의 추억을 다시 그려봐
조금씩 희미해진 기억을 따라
하나 둘, 색을 얹어 나가
오랫동안 쓰지 않아 굳어버린 비비드 컬러들도
다시금 조금씩 녹여보려 해
굳어버린 물감마냥 손도 굳어버려
어떻게 색을 칠해야 할지도 몰라
엉성하게도 찍어 누른 물감은
캔버스를 어지러이 수놓아
명도, 채도, 농도 어떤 것도 맞지 않아도
그저 밝게만이라도 화면을 가득 채워
조금이라도 그날의 화사함을 따라 하려 해
그래도 좋아
그때의 그 추억을 되살릴 수만 있다면
딱 한 가지 실수한 것이 있다면,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물감은 섞을수록 어두워진다는 것이었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려 덕지덕지 덧칠한 물감들은
결국 섞이고 섞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정이 되네
잊고 있었던 거야
기억 속을 수놓던 그 화려함과 화사함은
더 많은 색을 보여줄 때마다 점점 밝게 빛나던
너라는 빛이 있었기 때문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