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늦은 새벽
어째선지 잠이 오질 않아 나와본 공터에서 낯선 자판기를 보고는 홀린 듯 다가가 커피를 뽑는다.
이질적인 기계음이 귓가를 때리자 그제야 주변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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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공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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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불빛 아래
적막한 새벽 골목에 퍼지는 짜르르 담기는 커피 소리와 다시금 들려오는 이질적인 기계음이 멈추자
그제야 주변의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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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르- 꺄르- 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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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풀 소리와 풀들 속에서 지저귀는 풀벌레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꺄르르 거리는 귀뚜라미 소리에 잠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인다.
내 심장 박동 소리마저 크게 들릴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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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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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 꺄르르 거리는 소리가 마치
너의 웃음소리 같구나.
너무도 생생히 들려오는 그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인다.
커져가는 심장 박동을 줄여보려 숨을 죽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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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꺼질 듯 깜박거리는 가로등 아래서
무성히도 피어난 블럭 사이 풀길 위에서
아련히도 불어오는 여름 바람 속에서
아스라이 피어나는 커피의 향기에
작게 빛나는 너라는 작은 별이
손길 한 번이면 닿을 듯이
아득히 멀리 있는 듯이
한 걸음 앞의 너를
조금씩 조금씩
아주 천천히
그려본다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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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푸르게 빛나던
너의 불빛을 흐트러트리곤
그제야 손에 들렸던 커피를 입에 댄다
차마 너에게 손을 뻗어보지도 못하고
식어버린 커피만 마신다.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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