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맑다길래 엊그제 세차했더니 또 비가 온단다.
처서(處暑)는 진즉 지나 백로(白露)가 왔음에도
새벽녘 잡초에 이슬 맺힐 기세는커녕
찬 바람하나 일절 불 기미조차 안 보이더라니
여름은 한참 전에 떠나갔을 텐데 여전히 뜨겁다.
그렇게 멀어지기 싫거든 꾸준하기라도 할 것이지
얼마 못 가 죽상일 테면 억수 같이 쏟아 붓기라도 할 것이지
눈이 부신 것인지 쓰린 것인지 가리지도 감지도 않고서는
벌건 대낮에 눈뜨고 여우비나 흩뿌리는 꼴이라니.
착각도 유분수지
뜨겁게 타오르는 것은 제 할 일이 그것이기에 타오르는 것인데
마치 나를 위한 것이기라도 한 듯 망상하더니
그 열기를 놓지 못하고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주변을 벗어날 줄을 모른다.
그러다 문득
제 풀에 지쳤는지 눈을 가리고 눈물이라도 훔치고 있자면,
내 손으로 가려놓고,
내가 등 돌려놓고
그 눈길이 비치지 않는다고 더 대성통곡이다.
결국 추분(秋分)이 되어서야
그렇게 되어서야
조금 멀어져 보겠다는 생각이라도 들었는지
그간 어디에 숨겨놨었는지 꽁꽁히도 숨겨놨던 바람으로
달궈져 버려 녹아내리기 직전인 땅끝을 불어 본다.
허나 맷집도 맞아 본 놈이나 길러본다고,
그 잠깐 분 바람이 살갗을 에워싸니 쓰라리구나.
애지간히 쓰라린지 결국 또, 그 눈길을 찾는다.
뜨거울 땐, 뜨겁다고 그늘 속에 숨어 놓고
바람결에 모래 알갱이 딸려와 쓸린다고 되려 양지바른 곳에 내놓는다.
그러더니 이내 곧 또 시꺼먼 잿물이라도 머금었는지
가만 눈물을 죽죽 쥐어짠다.
누구보다 나를 나는 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