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됐든 온도차가 만들어내는 환상이구나
눈앞에 자꾸 아른 거리며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자면 신비롭기까지 하다.
명확히 보이는 것도 아닌 것이, 잠시 한 눈을 팔면 이미 사라지고 없다.
그러다가도 또 저 멀리서 하늘하늘 피어나는 모습에 온 신경을 빼앗긴다.
그렇게 가까이 있는 듯 멀리 있으면서도 손을 뻗어 닿을 거리와는 거리가 멀다.
너로 하여금 빛마저 굴절되어 너의 주변만 달리 보인다. 너는 아지랑이구나.
그렇다기엔 너는 분명 실체가 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식어도 너는 분명 존재한다.
때로는 비가 오거나 밤이 찾아와 차갑게 식어가는 와중에도
너의 모습은 여전히 눈앞에 일렁인다.
되려 온도차가 극심해질수록 되려 모습이 뚜렷해진다.
그저 일렁거리기만 하던 아지랑이와는 달리 그 모습을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다.
오죽하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명확히도 보인다.
하지만 눈앞에 선 그 모습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은 여전하다.
분명 이 근처 어딘가에 네가 있음은 분명한데, 그것이 내 눈앞은 아니구나. 너는 신기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