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제과제빵 좋아하시나요?
수업의 시작을 "질문하세요."라고 운을 띄우고 시작할 때 딱 한번 들어본 적이 있는 질문이 있었다.
"교수님한테 질문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언제쯤 질문을 드려야 할까요? 수업 도중에는 서로 껄끄러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되려 묻자 들려온 답변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내용이었다.
1. 수업 도중에 질문하면 수업의 흐름이 끊길 수 있다.
2. 수업 외 쉬는 시간에는 질문하기 죄송한 마음이 있다.
3. 수업이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다.
4. 주말이나 너무 늦은 시간에 질문하는 것도 역시 서로 곤란할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강사마다의 차이가 클 것 같아 다른 이야기들도 모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특히 더욱 개인적인 생각임을 강조하고 말을 이어보고자 한다. 나는 해당 질문에 대해 조금 엉뚱하게 답변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비꼬는 듯한 태도로 보였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해당 질문을 했던 학생은 만족스러워하며 편하게 학기 내내 질문하였으니 서로 만족스러운 답변이 아니었을까 한다.
"수업 내용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데, 언제, 어떻게, 무엇을, 왜 같은 것들을 정량대로 측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언제든 편하게 무엇이든지 물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새벽 늦은 시간에 온 질문에 대해서는 바로 답장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그때 메신저든 메일이든 편한 방법으로 질문을 남겨놔 주세요. 그래야지 다음날에 까먹지 않고 답변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살기 때문에 답변이 늦거나 하는 경우는 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새벽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있거나 혹은 주말에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온 질문들에 대해 제때 답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에 최소한의 회피책(?)을 남겨두고자 그렇게 답변하였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그랬다. 모르는 부분이 있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 순간을 넘어가기 전에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확히 어떠한 상황이 되었는지 스스로 해결해 보기 위해 찾아보고, 노력해 보고 난 뒤에 질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한 두 번 미루고 미루다 보면 또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로 두고 넘어가기 십상이다. 그건 옳지 않다.
식당에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주문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뷔페에 갔다면 먹고 싶은 만큼 양껏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가끔 주방이 너무 바빠 음식이 늦게 나올 수는 있을지언정, 주문을 너무 많이 한다고 싫어할 음식정 사장님은 없다. 물론, 사장님도 주방장님도 사람이기에 가끔 너무 피곤할 때는 조금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손님이 신경 쓸 부분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음식점 사장이 아니라서 함부로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거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질문을 꼭 강사에게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옆 사람의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합의는 필요하다. 그래서 수업 시작 때는 한 가지 이야기를 덧 붙이기도 한다.
친구의 질문에 답변해 주면서 가장 실력이 느는 것은 답변을 해 주는 본인입니다.
이것은 수업을 십 수회차씩 반복하면서 내가 직접 느낀 그대로이다. 학업에 열중하고 있을 때 보다, 수업 준비를 위해 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있을 때보다, 학생들의 질문에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면서 그 어떤 때보다 실력이 늘었다. 내 머릿속에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던 개념들이 조금 더 질서 정연하게 정리가 될 수 있는 시점도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할 때였다. 어려워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보면 어느 부분 때문에 막힌 것인지 조금 더 명확하게 알아차리게 된다. 머릿속에 추상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개념을 입 밖으로 꺼내기 위해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있으면 그것만큼 개념 정리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 그래서 학생들끼리의 토론 시간만큼은 언제든 보장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당장 질문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제 질문을 했던 내가 오늘은 답변을 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 그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설명해 보고자 노력해 보자.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서로의 지식을 맞춰보자. 그래도 막힌다면, 강사를 찾자. 계속해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데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도저히 모르겠을 땐, 꼭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