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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witter Oct 22. 2023

질문을 꼭 해야 하는 거냐고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수업을 듣고 있는 걸까요?

질문을 꼭 해야 하는 거냐고요?

 앞선 챕터에서 내가 모르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내었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용기를 찾은 다음에도 꼭 옆길로 새는 경우가 있다. 그중 하나는, 모르는 게 뭔지 알았으니까 이제 본인이 알아서 해결하는 방향이 있다. 이 경우에는 그나마 양호하다. 어디까지나 양호하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문제지만... 다른 방향은 모르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서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다. 질문을 꼭 해야만 하는 걸까? 그냥 혼자 해결해도 되는 것 아닐까? 모르는 부분이 뭔지 알았으니까 다음에 알아내면 되는 거 아닐까? 아니면, 의무적으로 질문을 해야만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애초에 근본적인 상황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수업을 듣고 있는 걸까요?

 수업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비싼 돈을 주고 강의를 듣는 것일까?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 대학 입시를 위해서, 취업을 하기 위한 실력을 쌓기 위해서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런데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공 서적을 사서 독학을 할 수도 있다. 혹은 유튜브 등의 무료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할 수도 있다. 꼭 강사나 선생이 없어도 혼자서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은 정말 나 '혼자' 공부한 것일까? 말장난일 수도 있지만, 그거 이미 선생(先生)의 도움을 받은 것이지 않은가? 진정한 의미의 '혼자' 공부하는 것이라면 어떠한 교재도, 영상도, 검색도 없이 혼자서 머리 싸매면서 진리를 알아내는 것이 아닐까? 세상에 그렇게 공부하는 사람은 몇 없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발견, 발명하기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하물며 그러한 경우에도 기초가 되는 토대는 있기 마련이다. 

 선생의 역할은, 먼저 태어나 먼저 습득한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다. 우리가 읽고 있는 모든 종류의 교재, 강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영상들은 모두 그 개념을 먼저 익힌 사람들이 저마다의 노하우를 전파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애초에 공부의 시작부터가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얻서 학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하는 행위에 대한 허들을 조금은 낮춰볼 수 있지 않을까?


 무수히 많은 질문들을 받아봤지만, 가장 당황하게 했던 말이 있었다.


"어제 배운 건데 또 물어보면, 선생님 시간만 뺏는 것 같아서 조금 그래요."


 내가 하는 일의 모든 것을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농담이다. 되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진행한 수업으로는 이 학생을 이해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니, 나의 역량 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 보기도 하고, 다시 설명해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시금 그 학생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나의 역할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강사란 생물은 그렇다. 그 방법과 정도가 다를 뿐이지, 내 학생이 모르는 것이 있다면 일단 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다. 그걸 글로 잘 정리하면 교재가 되는 것이고, 영상으로 촬영하여 공개하면 강의가 되는 것이고, 강의를 공유하는 방식이 공개된 플랫폼이 되면 유튜브 영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강사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이 한 질문에 귀를 기울이거나, 나와 같은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아볼 수도 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세상에 정말 나 혼자만 모르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러니 똑같은 질문이 세상에는 수두룩 빽빽일 것이다.


질문은 꼭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분명 나와 같은 상황에 대해 질문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가전제품을 구매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사용설명서를 아무리 읽어도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해 F&A 항목을 뒤적거리다 보면 나와 완전히 동일해 보이는 상황에 대한 질문들이 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질문에 대한 친절한 답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답변을 따라 해결해 보려고 해도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상황들이 있을 수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구매한 전자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집의 콘센트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허탈해진다. 공부라고 다르지 않다. 똑같은 개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 해결해 보려고 질문과 답변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분명 똑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이라고 생각했지만 똑같이 따라 해보아도 해결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같은 질문이라고 해도 각자의 이해 정도에 따라서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질문을 하는 가장 이유는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답변을 구하기 위함.'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많은 해결 방법들을 다 둘러보아도 도무지 모르겠다면, 어쩌면 근본적인 부분부터 꼬여 있을 수 있다. 개념 A에 대한 이해 자체가 잘못되어 있을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막 새로운 지식을 머리에 집어넣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잘 자리 잡고 있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서로의 이해 정도에 따라 질문에 대한 답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찾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정확히 어떤 부분을 모르는 것인지. 그리고 이렇게 얻어낸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한 상세한 답변에 대한 대처는 살아 숨 쉬는 눈앞의 강사가 가장 정확히 답변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교재에 많은 것들이 작성되어 있다고 해도, 어젯밤에 찾아본 유튜브가 정말 친절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고 해도, 아주 정확하게 나의 간지러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주기란 어렵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프리사이즈 옷을 사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적어 놓았다고 해도 그 설명이 나한테 안 맞을 수도 있다. 프리사이즈라고 해도, 소매가 아주 조금 짧으면 불편하기 마련이다. 아주 간단한 개념이라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후의 톱니바퀴들이 모두 어긋날 수도 있다. 그러니 질문하자. 나의 답답한 부분을 명확히 긁어 줄 수 있도록 질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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