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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witter Oct 22. 2023

질문하세요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수업 첫날, 가장 먼저 학생들에게 하는 말은 다른 것도 아닌 "질문하세요."다. 고정 멘트로 "수업 들으면서 질문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면 대부분 같은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계속 똑같은 걸 질문하는 게 부끄럽고 눈치 보여서 잘 못하겠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진짜 부끄러운 건, 모르는 걸 모르는 채로 넘어가는 거예요.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부끄럽다면 배워서 익히면 된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로 덮어두고 다음으로 넘어가면 부끄러움을 떠나서 나 자신에게 독이 될 뿐이다. 수업의 흐름을 끊기가 싫어서,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싫어서, 나만 모르는 것 같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질문하기를 꺼려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놓친 부분을 혼자서라도 해결했을까? 그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수업을 듣는 이유는 내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개념을 얻기 위함에 있다. 그렇다면, 모르고 넘어가는 부분을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수업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당장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다면 그건 절대 좋은 수업이었다고 할 수 없다. 조금은 자신을 위해서 이기적이게 될 필요가 있다. 도저히 수업 흐름을 끊을 용기가 없다면,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질문할 수 있도록 하자. 그것을 싫어할 강사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자 할 것이다.

 반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계속해서 덮어두고 넘어가다 보면 결국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도 메울 수 없을 정도로 큰 구멍이 생겨버린다. 그 상황까지 오게 된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공부해야 한다. 아깝지 않은가? 그동안 노력한 시간과 체력이? 만약 내가 하는 질문에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학생이 있다면 가볍게 무시하도록 하자. 배움을 향한 질문을 질타하는 사람 중, 제대로 이해하고 있거나 올바른 성격을 가진 사람을 아직까지는 만나본 적이 없었다. 되려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학생들 주변에 잘 이해하고 있는 학생들이 모여 서로 알려주고 설명해 주면서 학업 분위기를 돈독히 만들어가는 상황만을 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다. 그것이 취업을 위한 것이든, 자격증을 얻기 위함이든, 혹은 단순히 학점을 받기 위해서든 어찌 되었든 같은 학문을 공부하고 있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더 많은 것을 질문하고, 더 많은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끼리 뭉칠 수밖에 없다. 반면,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로 넘어가게 된다면 그런 무리에 조차 섞이기 어렵다. 내가 모르는 것을 들키기 두려우니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에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당당히 이야기하고,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쪽이 좋지 않을까? 노력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것과 같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용기. 길러볼까요?   

 무작정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를 선언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반찬을 담는 용기를 말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용기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단지 그동안 하지 못하고 있었던 일에 대해 조금은 덤덤하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만 질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정직하게 단어 그대로 모르겠어요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 "어제 배운 내용을 복습해 봤는데,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요." 정도면 충분하다. 정확하게 어떤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였는지 말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더욱 세밀하게 설명할수록, 나의 무지함의 범위를 줄일 수 있으니 부끄러움이 더욱 줄어드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도 설명하기 훨씬 편해진다. 그렇다면 이런 용기를 누구에게 먼저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을까?

 우선은 어떤 이야기든 껄끄럽지 않은 상대에게 먼저 시도해 보자. 도무지 사람을 못 찾겠다면, 다시 책상 위의 작은 친구 러버덕을 찾아도 좋다. 무생물에게 말을 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니까. 아니면, 하다 못해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 나 이 부분 모르고 있었구나?"를 깨닫는 과정부터 시작하자. 막연하게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 부끄러움은 다시 나의 몫이 된다. 아무리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말 단 하나도 모르는 무지의 상태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선 나 자신의 현 상태부터 파악해 나가도록 하자. 그렇게 상상 속의 대상, 혹은 무생물에게 내가 정확히 어떤 부분을 모르는지 알게 되었다면, 옆 자리 친구, 혹은 스터디원, 혹은 내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라도 좋다.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그 누구에게라도 이야기해 보자. 아마 대부분의 대답은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빠르지 않아?"라고 답변해 줄 것이다. 도리어 상대방이 나한테 그렇게 물어본다면 아마, 우리도 같은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선생님한테 물어봐."라고 말이다. 그렇다. 이미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하러 가자.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슴에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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