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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witter Oct 22. 2023

저는 조용히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원래 혼자서 조용히 공부만 하면 힘들어요.

저는 조용히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원래 혼자서 조용히 공부만 하면 힘들어요.

 독서실에 자리 잡고 앉아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즐겨 듣는 팝송을 켜고 조용히 문제를 풀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마친 직장인이 매일같이 헬스장으로 달려가 근력 운동을 하는 것보다 힘든 일일 것이다. 운동은 몸이라도 움직이지, 독서실 독수공방 공부는 가부좌를 틀고 묵언 수행을 하는 고통이다. 가끔씩 바람도 쐬어 주고, 같이 공부하러 온 친구와 대화도 조금 나누면서 뇌를 쉬어줄 필요가 있다.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데에는 충분히 개념을 정리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저는 그래도 역시 혼자 공부하는 게 편해요."라는 학생들이 꽤 많았다. 물론, 나도 혼자 공부하는 편이 편한 측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었다. 나만의 루틴을 정해서 진행하고 싶다거나,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집중이 잘 안 된다거나, 내 공부를 방해받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개인적인 이유. 혹은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에 비해 내 실력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 민폐가 되는 것 같다거나 다른 사람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등의 상대적인 이유. 혹은 정말 아무 이유 없이 혼자가 좋다는 부류 등. 그런데 여기는 전제부터가 잘못되었다. '같이' 공부한 다는 것은 공통된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진행하는 것이다. 공부 루틴이 다르거나 습관이나 방식, 수준이 다르다면 당연히 함께 공부하는 의미가 퇴색된다. 나와 수준 차이가 확연히 나거나 학습해야 하는 내용이 다른 학생들끼리 모이는 것은 다 같이 모여서 '각자' 공부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그룹 스터디의 단점만 부각될 뿐이다.


 "수준이 똑같은 애들끼리 모이면, 그냥 못 하는 애들끼리 모인 것 밖에 안되지 않나요?"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부정적인 생각은 뒤로 젖혀 둘 필요가 있다. 같은 수준의 학습자들끼리 모인다면,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서로 다른 개념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고, 똑같은 개념을 한 명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전자라면, 알고 있는 사람이 설명해 보자.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하다 못해 교재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읽기만 해도 좋다. 말을 통해서 누군가에 세 설명해 보는 것만으로도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만약 후자라면, 각자 개념을 정리해 와서 퍼즐 맞추듯 각자 만의 이해 방식을 설명해 보자. 그럼에도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면 강사나 더 잘 아는 누군가를 찾아보자. 이 역시도 혼자 찾는 것보다 훨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러버덕 디버깅이라고 아세요?

 러버덕 디버깅에서 러버덕은 언젠가 한강에도 나타났던 그 고무 오리를 말하는 것이 맞다. 디버깅이란, 시스템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작업을 말한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 둘을 합치면 참 귀여운 결과물이 나온다. 바로 고무 오리에게 현재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a부터 z까지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1. 현재 벌어진 상황을 파악한다. 

2.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내가 알고 있는 한의 모든 정보를 고무 오리에게 설명한다.

3. 설명하는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해당하는 부분의 개념을 다시 찾아본다. 

4. 대부분 3번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혹시 놓친 부분은 없는지 상황을 다시 분석한다.

5. 분석하는 과정도 포함하여 다시 오리에게 설명한다.


 처음에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스워 보이지만 이 방식은 사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과 유사하다. 단지 그것을 혼자서 시행해 보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발생하여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 정말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되물어보는 간단한 방법이다. 이 방법은 디버깅에만 통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하고 있다가 막히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방법은 대화할 대상이 없을 때 사용하기에도 좋지만 청자가 있다면 더욱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나와 같은 공부를 진행하고 있는 동료가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끼리 모여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내가 모르는 부분을 상대방이 설명해 줄 수도 있을 것이고, 나도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개념이 정리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설명 도중에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다시 되돌아가서 공부하면 된다. 단순히 암기하지 말고 역시나 누군가를 붙들고 설명하자. 그럼에도 진척이 없다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가도록 하자. 대부분은 담당 강사가 되겠지만...


앞에 있는 강사보다 인터넷에 있는 블로그를 더 믿으시나요? 

 간혹,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강사보다 인터넷 블로그의 글들을 맹신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분명, 인터넷에는 재야의 고수들도 많고, 내가 이해하기 너무 찰떡인 방식으로 설명을 해주는 은인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가 손에 걸린 그 판자가 과연 완벽한 구조선이 될 수 있을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정보가 오래되었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꾸며 놓은 말일 수도 있다. 마치 지금의 이 글처럼 말이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가 항상 틀렸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공신력 있는 정보도 당연히 있다. 내가 학습하고 있는 분야의 공식 문서가 있다면 그 어떠한 정보보다 정확한 것은 틀림없다. 이것은 당장 내 눈앞의 강사보다 훨씬 믿음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체로 더 많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의 내 현 상황에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앞선 챕터에서 이야기했던 더닝 크루거의 효과와도 같다. 잘못 인용되었거나 출처가 불분명하지만 그럴듯한 내용이라면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단순히 인터넷이 많이 퍼져있는 정보라고 해서 항상 옳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차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공부하기도 바쁜 지금 내가 찾은 정보가 올바른 정보인지 찾고 있을 시간이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교차 검증한 정보조차 올바른 정보인지는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런 수고를 줄이기 위해 강사가 있는 것이다. 적어도 최소한 한 번 이상은 검증하고 올바른 정보인지 찾아보았을 사람에게 물어보자는 것이다. 

 "내가 직접 찾아야 공부가 되는 것이 아닌가요?"라고 한다면, 그 마저도 어느 정도는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해도 충분하다. 지금 당장 학습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개념 검증에 힘을 쏟는 것은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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