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국영수 위주로…. 수학은 수학의 정석이…
우선 이실직고하자면 작성자 본인부터 서울대생이 아니다. 하물며 소위 말하는 '명문대생'과도 거리가 멀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강사의 입장에서 겪어온 이야기들을 풀어보자면 결국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수업을 못 따라가겠어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에 대해서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은 하나밖에 없다.
기초 부분부터 다시 보고 올게요.
시간에 쫓기는 취준생에게 기초를 다시 공부하라는 말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래야만 한다.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그럴 수밖에 없다. 어떤 분야가 되었든 기초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지금 당장 그 텅 비워버린 공간을 메워야지만 해결이 가능하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노선 변경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기초는 중요하다. 그럼에도 분명 갑갑한 마음이 드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놓쳐버린 부분을 얼렁뚱땅 넘어서 다음 챕터로 넘어간다면 무작정 암기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와서 기초 부분을 보고 있으면 그만큼 뒤처진 진도는 어떻게 따라가나요?"
기본적인 내용을 따라잡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수업의 진도를 따라가려고 하면 따라갈 수 있을까? 그리고 가장 많이들 걱정하는 것 중 하나로 이제까지 공부한 몇 달, 혹은 년 단위의 학습을 다시 처음부터 하면 그 오랜 시간을 다시 허비하는 것이 돼버리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착실하게 공부해 오고 있었다면, 다시 학습할 때, 절대 처음 공부한 것과 동일한 시간이 들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넘어가면서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만 채워나가도 충분하다. 만약 그럴 시간만 저도 충분하지 않다면, 이전에 풀어 보았던 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것도 좋은 복습이 될 것이다. 이미 한 번 풀었던 문제를 다시 풀 때,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이번에는 단순히 답안만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해설도 곁들여 보자. 작성한 답안이 왜 맞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고, 그렇지 않다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만 다시 복습하자. 문제의 난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오히려 기본적인 내용일수록 '설명' 하고자 하면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완벽히 이해했다고 생각한 부분 마저 사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거나 어렴풋이 이해하고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때면, 새로운 답안이나 해설을 찾아보기보다 처음 봤던 강의를 다시 보도록 하자.
공부를 하고 있다 보면, 간혹 강의의 어떤 설명을 들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강사의 실력 부족인 경우도 있지만, 기초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설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다른 풀이를 찾아보거나 다른 강의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아주 좋다. 여러 관점의 풀이와 해설을 들어보는 것은 나의 식견을 넓히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규칙만은 지키면서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초를 복습해야 할 때는 원래 보던 강의를 다시 보자.
정말 설명을 잘하는 강사나 수업을 정말 잘하는 강사라고 하더라도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 맥락에 따라서 설명하는 포인트가 달라진다. 너무너무 중요한 가장 기본적인 이론을 설명하는 것은 큰 차이가 없겠지만,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큰 맥락은 아주 작은 차이에서 벌어지기 시작한다. 개념 A-1을 설명하기 위해 A를 매번 다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후반부에서는 개념 A는 당연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다른 강의나 풀이를 찾아보는 것보다는 기존의 강사가 설명했던 풀이 방식을 되돌아보자. 만약, 기존 강의에서 개념 A에 대해 설명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 강의나 교재 자체를 바꾸는 것이 현명하지만 그런 경우는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똑같은 내용을 설명하는데 왜 이전에 봤었던 강의를 다시 찾아보기를 추천하는 걸까? 그것은 똑같은 내용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개념 A에 대해 강사 '가'와 '나'가 같은 비유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 전달 방식이나 단어의 표현등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내 이해도에 혼란을 줄 수 있다. '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는데 '나'는 저렇게 설명한다고 했을 때, 두 개념이 서로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혼란스러워진다. 내가 잘못이해하고 있었거나, 기존의 강사가 잘못 설명한 것은 아닐까, 혹은 새로 찾은 강의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또 새로운 강의를 찾아본다. 그때 또다시 새로운 설명 방식이 나오면 혼란은 가중된다. 정작 모든 강의가 똑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나에게 익숙하거나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방식의 설명으로 이해를 하는 것이 좋다. 어느 정도 개념이 자리를 잡고 난 뒤에는 다른 방식의 설명을 들었을 때, 같은 개념을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다른 강의를 들었는데 두 강의의 설명과 비유가 완전히 동일하다면, 아마 같은 회사 출신의 강사가 아닐까?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수업의 전체 흐름을 구성하는 것은 강사의 몫이다. 그리고 그 흐름을 잘 이끌어 가는 것 또한 강사의 몫이다. 이는 강사마다 수업마다 교재마다 아주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차이에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 되겠지만, 수업을 듣는 당사자들이 가장 민감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강사가 정말 못 봐줄 만큼 답도 없다면, 당장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면 우선은 믿음을 가지고 혹시 놓친 부분이 없었을까, 하는 관대한 마음으로 기초 설명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진척이 없다면 주변에 도움을 구해보자.
공부는 절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