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witter Oct 22. 2023

공부... 이젠 지쳤어요.

모두 불태워 버리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어요.

공부... 이젠 지쳤어요.

모두 불태워 버리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어요.

 망각 곡선의 법칙에 따라, 무한한 절망의 계곡에서 허우덕 대고 있는 자신이 싫어 슬슬 공부에 지쳐갈 때쯤 학생들은 크게 세 분류로 나뉘었다. 한 분류는 지금 허우덕대고 있는 시점을 빠르게 벗어나고 싶어 밤 잠을 지새워가며 공부에 매진한다. 또 다른 분류는 잠시 쉬어가거나, 본인만의 주기적인 휴식 주기를 가지고자 한다. 마지막은 완전히 놓아버리는 경우로 세 분류가 나뉘었다. 물론, 완전히 놓아버리는 경우는 다시 어르고 달래서 제자리로 돌려놓지만... 그리고 안타깝게도 공부를 놓아버린다고 해도, 대체로 결국 다시 공부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대학 입시든, 취업이든) 도망칠 수도 없기 때문에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한 번이라도 놓아버리게 되면 다시 이전의 폼으로 돌아오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혹은 영영 돌아오지 못해 다시 놓아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 번 놓친 흐름을 붙잡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애초에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게 완력 조절을 잘해줄 필요가 있다. 그 말은 즉, 첫 번째 분류처럼 폭주 기관차가 되는 것도 썩 좋은 방법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번 아웃이 오는 시기를 당길 뿐이다.


 내가 버틸 수 있는 정신적 노동의 최고치를 찍어버리면, 탈진 상태에 빠진다. 우리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쉬어도 될까? 하는 걱정이 든다면 지금 바로 책에서 손을 떼고 잠시 눈을 쉬게 해 주어야 한다. 영화, 드라마, 산책, 게임 등 어떤 것이든 좋다. 평소에 내가 취하는 어떠한 수단이 되었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자. 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잠시 아무것도 안 해도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어제 하룻밤 잠을 잤다고 해서 큰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학생분들은 하룻밤이라도 일찍 잔 날이 있다면 크게 자신을 자책한다. 나보다 성적이 좋은 내 옆 사람은 어제도 늦게까지 스터디에 자습까지 하고 왔다는데 나는 어제 또 게임을 해 버렸구나 하고 자책하기 십상이다. 자신의 체력은 전혀 안배하지 않는다. 육체적 피로는 몸에서 직접 신호를 보내 병원을 가든 약을 챙겨 먹든 하면서도 정신적 피로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졸리면 카페인을 들이부어가며 뇌를 혹사시킨다. 그러나 그렇게 밤잠을 설쳐가며 공부를 하면, 다음 날은? 그리고 그다음 날은? 


인생은 마라톤이다.

 

 그것도 아주 긴 마라톤이다. 종착지가 사실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의 긴 여정이다. 오늘 하루를 불태워 내일을 당겨 쓴다고 해서 당장 내 목표가 실현되지 않는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수업시간이 40분, 45분, 50분으로 점점 늘어나지만 그 이상 늘어나지 않는 이유와도 같다. 50분 집중과 10분의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분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반드시 지켜달라고 하는 것도 이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의 조절이다.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반드시 쉬어주도록 하자. 밤에는 부디 잠을 자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상태와 목표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주말 하루 정도는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만약, 그렇지 않다면 너무 촉박한 일정이거나 무리한 목표라면 목표를 다시 설정해 보자.


가장 중요한 건 실현 가능성에 있어요.

 학업 성취도를 위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 간혹, 너무나도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은 최근 한 학생과의 면담 내용이다. 해당 학생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처음 접해본 학생이었음에도 꽤나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면담에서 들려준 이야기는 꽤나 위태로워 보였다.


 "강사님, 저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매일 해야 할 목표를 세워두고, 목표를 잘 따라가고 있는데 제가 세운 목표를 곧 있으면 달성할 것 같은데 그게 끝나면 다음엔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목표를 어떻게 잡고 계신데요?"

 "다음 달 말까지 OO 사이트에 있는 난이도별 알고리즘 문제 300개를 푸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 거의 절반 정도 완료 했습니다."


 하루에 2~3문제 정도 풀면 정말 열심히 풀었다고 할 만한 문제들을 이제 공부를 막 시작한 시점에 하루에 5~6문제씩 풀면서 '문제 쳐내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이었다.


 "문제를 꾸준히 푸는 것도 좋지만, 문제 푸시면서 비슷한 문제를 풀 때, 이전 번에 푼 문제들이 도움이 되었던 적이 있나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잘 안 풀린다 싶어서 문제 유형이 뭔지 확인해보면 지난번에 풀었던 유형인데도 못 푸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난이도 차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걸까요?"

  "OO 씨 같은 경우엔, 자료 구조나 기본적인 구현 방법은 이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 문제를 무작정 풀기만 하기보다는 어떤 유형일 때 어떤 방식을 구현해야 하는지 집중하면서 풀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애초에 목표를 문제의 개수가 아니라, 도달 가능한 수준에 두는 게 어떨까요? 예를 들면 특정 기업의 검정 시험 수준을 취득하는 것. 같은 방향으로요."


 목표를 설정할 때 정답이 있는가 한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러나 학습 목표가 단순 반복 노동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루에 영단어 100개 외우기가 영어 실력 향상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100개의 단어를 외우는데 매몰되어 본래의 목적과 멀어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또한, 하루라도 목표 수준인 100개 암기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돌아오는 스트레스도 고스란히 본인의 몫이 된다. 그러곤 자연스레 100개는 너무 무리한 목표였으니 80개로 줄이자, 60개로, 40개로... 그렇게 목표 수준을 줄이고 나면 본래의 목적인 '영어 회화 수준 향상'은 사라지고 영어 단어를 많이 아는 사람만 남아있게 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수의 문제를 풀어봐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러한 목표 설정은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단점 외에도 성취 이후의 다음번 방향성 설정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 지난번 목표가 한 달에 300개의 문제를 풀기였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난 다음 목표는? 지난달에는 300개를 풀었는데 다음번 목표도 300개라면?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까? 그렇다고 다음번 목표를 400개, 500개의 문제 풀이로 늘린다면?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로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날 뿐이다. 학습을 통해 성장하고 있음을 명확히 할 수 있는 보장이 되는 목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척도가 '평가'인 것이다. 


혹시 퀘스트 보상을 잊지는 않으셨나요?

 평가 혹은 시험은 우리의 주된 스트레스 원인이었을 것이다. 아직까지 살아오면서 "난 시험이 너무 좋아!"라고 말하는 학생을 본 적은 없다. '평가'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부정적이 게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이는 평가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수동적이기 때문이다. 평가의 결과에 따른 보상에 대해 능동적이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체로는 그렇지 못하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평가 준비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되려 역으로 질문해 보았다.


 "왜 평가를 잘 치려고 노력하세요?"

 "그러면 점수가 낮은 걸요?"

 "그게 현재 본인의 실력 아닐까요? 왜 점수가 높아야 하나요?"

 "점수 높으면 좋은 거 아니에요?"

 "점수 높으면 누가 상을 주나요?"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저희 시험 점수가 취업에요? 왜요? 자격증도 아니고 누가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닌데요?"

 "1등 하면 성적 우수자 상...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은 어디에서든 농담이 아니었다. 그런데 '평가'라는 것이 원래 1등과 꼴등을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었을까? 그럴 리 없다. 평가는 어디까지나 현재 교육생의 학업 성취도를 파악하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학생들의 성적을 토대로 다음번 수업 진행 방식이나 속도 등을 조절하여 학생들 수준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함에 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이 낮으면 어째서인지 나한테 미안해한다. 또한, 성적이 높게 나오면 역시나 나에게 감사함을 표현한다. 어째서...


 성적은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부여되는 자신의 학업 성취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만약, 점수가 만족스럽지 못한다면 자신을 조금 더 다독여 다음번 평가까지 더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표로 삼으면 그만이다. 성적이 높았다면, 그간 노력한 자신에게 아주 작게나마 보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평가를 진행 한날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아니면 여유가 되는 한도 내에서 아주 소소한 선물이라도 주도록 하자. 남이 인정해 주는 것도 좋지만, 우선 자신이 제일 먼저 기뻐하고 아쉬워해야 할 것이다. 낮은 성적을 받았다고 강사의 눈치를 보지 말자. 높은 성적을 성취했다면 마냥 기뻐하면 그만이다. 덧붙여 반의 평균 점수와 자신을 비교할 때도 있는데, 이때 역시도 반의 평균 성적보다 자신의 성적이 낮다면, 다음번에 조금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조금 더 자신의 상태에 대해 능동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때때로 물어오는 것이, 정작 중요한 성적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이다.

이전 04화 장르가 바뀐 것 같지만 아니에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