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 essay]
1.
작년 추운 2월 경이었던것 같다.
우주의 얕은 00 이라는 슬로건으로 세상에 존재도 하지 않던 P 브랜드의
광고를 런칭 했다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제품을 광고하는건 사실 그닥 어렵지 않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15초라는 광고안에 단박에 뙇 하고
자리잡게 하는건 정말 어려운일이다.
(사실 이 광고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다시는 손가락 약속 걸고
절대로 스타트업 그리고 새로운 형태, 무형의 제품은 하지말자고
다짐다짐을 했지만, 애석하게도 야00이란 브랜드의 피티를 해
덜컥 떨어져버렸다. 다행인가 불행인가?)
하지만, P사의 입장에선 투자받은 금액의 상당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 광고에 투여했을만큼
이 광고 프로젝트는 한 회사의 사활을 건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사실 그전에 배달의 민족이 대박을 터트려서
어느정도 벤치마크할 광고는 있었지만
그와는 또다른 생소한 업종이었기 때문에
세상에 없던 광고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책임감이랄까 부담감이랄까...하여간 그냥 그런게 있었다.
2.
세상에 없던 광고? 좋다 이거야...그럼 이 브랜드는 정체성이 뭘까?
나와 씨디누님이 보기에 이들이 내놓는 뉴스는 기존에 있던 정보나 사실을
약간 편집하여 빨리 큐레이션 해서 공급하는 것이기에
저널리즘이 있을 만큼 진지하거나 심각하지 않은 뉴스였다
음식으로 치면 요리라기 보단 스낵 같은 그런 뉴스였다
이걸 뭐라 해야 하지? 아~~~~
3.
그러던 차에 제작팀에서 가져온 한마디.
얕.은. 지.식.
'요즘 얕은 지식이 뜨네요
젊은애들은 얕게 다양하게 아는게 대세입니다
얕은 좋지 않아요?'
좋긴 뭐가 좋니? 하나도 안좋다.
얕은이 무슨 자랑이라고...
그런데 요즘엔 얕은이 자랑이란다.
아 세상이...참내.
거기에 우주를 부치잔다. 이건 세상에 없던 거니까
우주를 붙여야 한단다
우주에 얕은 지식..
아 돌겠네
아 딱! 맘에 안들었다.
우주의 얕은?
자기네 브랜드를 지구도 아니고, 먼 우주의 깊이,도 아니고
우리는 얕아요라고 말하는 브랜드가 어딨냐고?
말 도안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무조건 이거 가지고 간다고 한다.
아 진짜 모르겠다
광고주들이 젋고 객관적인 분들이라 인간적인 정 같은걸로
엉겨 붙는다고 봐주고 그러지 않을텐데
이런걸 가지고 가면 진짜 뭐라고 할지...
아 피티 따놓고선 광고 온에어도 못하는거 아냐?
아 x됐다
4.
씨디누님은 더 가관이다
시안을 다 말하고 이렇게 못을 박으신다.
'제가 보기엔 피키의 모든것들이 그렇게 깊이가 있어보이지 않아요
한마디로 얕죠. 얕아.
그런데 얕은걸 어쩌게요? 얕은걸 얕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거야 말로
진짜 멋진거 아닌가요?'
이상하게도 그 순간 걱정보다는
아............. 멋지다.라는 생각.
근데
멋진건 멋진데 멋지긴 한데 비즈니스는 날아간거 아닌가?
5.
그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할때쯤
광고주가 딱 일어나서 박수를 딱딱딱 쳐준다..
그리고 주변의 실무진들도 같이 박수를 이어서 쳐주며
우리에게 엄지를 들어줬다.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그런 일은 언제나 영화에서만 벌어진다.
현실에선 무차별 공격과 반론 각자의 의견들이 난무한다
평등한 조직은 직급도 없기에 젊고 열정적이신 광고주 분들은
시안에 일말의 자비심도 없이 비수를 꽂는다
6.
완전 아사리판이 되었다.
피티는 결론 없이 누구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공중에 떠버렸다.
평등한 조직은 장점도 많지만,
부작용도 있기마련,
누구나 말은 하지만, 누구도 결정을 짓지 못하는 그런 상태가 되었다
이 날은 그 부작용이 최고조로 달한 그런날이었다.
7.
그날 밤 띠동갑 공동대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저희가 너무 무례한거 같았습니다.
너무 정신없게 해드렸네요.
그런데 이건 제가 책임지는거니까.
제가 결정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전 "얕은" 좋습니다.
얕은걸 얕은거라 얘기하는 그런 정신이 우리랑 맞는거 같아요
그게 우리의 정체성이 맞는거 같아요"
8.
사실 캠페인의 컨셉이 우주의 얕은 00으로 광고주가 결정해주신이후론
일사천리였다.
김연아씨를 모델로 하고 싶다는 광고주의 고집을 꺾고
돈도 없는데 한번쓰고 말 모델이 아니라 영원 무궁 쓸수 있는
우리만의 캐릭터를 만들자고 해서 우주인이 모델로 등장하고
얕은 지식만이 아니라 우린 방송을 지향하니까 다양한
분야를 다뤄야 하니까
규정을 하지 말고 00으로 하자로 열린 구조를 받아들여주었다
그 이후의 스토리야 아실분은 아시겠지만
대단한 성공이랄순 없지만, 1천만 다운로드라는 광고주의 숙원 사업을 이뤄낸건
그래도 광고만드는 사람으로써 감히 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 같습니다
(여전히 이 캠페인의 성공으로 저는 회사에서 먹고 삽니다)
9.
어느 순간일까요?
이 광고가 성공한 광고가 될수 있었던건?
아마도 아마도
'그래 우리 얕아 뭐 어때?'라는 마음 가짐으로부터 아이디어는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게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인정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나에 대해 자신이 있을때, 그런 나에 대해 당당할수 있을때
그 사람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사는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은 사람이 모이고 사랑을 받는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 됩니다
10.
브랜드도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
내가 한걸 당당하게 말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브랜드를 당당하게 자신있게 말할수 있는 것.
없는걸 있는거라 말하지 않고 있는걸 말 못하는 것보다(L모 전자 가 그렇지요)
있는 그대로의 브랜드를 세상에 보여주는게
진정한 브랜딩의 시작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브랜드가 사랑받는건 매력적인 브랜드가 되는건
요즘 같이 모든걸 소비자가 알수 있는 시대에
가장 필요한 브랜딩의 시작이자 철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