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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연 Feb 28. 2022

'좀티엔비치'와 '파타야수상시장'.. 야무진 하루

도보여행의 백미는 목적지를 향하는 그 과정이다

오늘은 어젯밤 침대에 누워 검색을 통해 찾아낸 '좀티엔비치'를 다녀 오기로 했다. 파타야비치 옆 큰 언덕을 하나 넘으면 나오는 해변가다. 파터야비치보다 물이 깨끗하고 한적해서 좋다고 하니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참고로 한가지 말하자면 파타야비치에 안 가본 사람은 흔히 파타야비치를 에메랄드 빛 푸른바다로 상상하곤 한다. 워낙 이름이 많이 알려진 유명한 곳이라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처음 파타야비치를 봤을 때 다소 충격이었다. 물 색깔이 우리나라 서해, 동해바다보다 훨씬 더럽다. 정말 발도 담그고싶지 않을 비주얼이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발리 해변 역시 그러했다. 괌이나 사이판의 그런 투명한 느낌의 푸른바다를 생각하면 매우 큰 착각이다.


언덕을 넘어가면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지만 나는 좀 더 먼 코스로 우회해서 가기로 했다. 오전 8시에 호텔을 나섰지만 아침부터 땀이 주르륵 흐르는 게 초반부터 지치게 만드는 날씨다.

 파타야비치에서 걸어서 30분만 벗어나면 북적북적한 관광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태국 로컬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별한 볼거리는 없지만 이런 로컬의 풍경을 구경하는 게 참 재미있다.


무더위 속에서 8km 정도 부지런히 걷다 보니 어느덧 좀티엔비치가 보였다. 개인적으로 부담 없는 거리지만 날이 덥다 보니 체감상으로는 8km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다.

좀티엔비치의 첫 느낌이 파타야비치는 좀 너저분한 바닷가 느낌이라면 좀티엔비치는 바다 바로 앞에 썬베드가 줄지어있어 좋고 파도도 더 높아서 구경하기 좋고 좀 북적거리지 않아 좋고, 듣던 데로 러시아인, 서양사람들 많고 한국사람은 단 한 명도 못 봤다. 


어쨌든 좀티엔비치에 오길 잘했다. 썬베드에 짐을 풀고 누워 핸드폰으로 잔잔한 팝송을 스피커로 틀어 놓고 눈을 감으니  너무나 평온하게 30분 정도 잠이 들었다 깼는데 노랫소리가 좀 커서 주변 사람들 혹시나 싫어하지 않을까 주변을 살펴보니 몇몇 서양 형, 누나들이  따라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선곡의 부담감까지 들었다~ㅎㅎ

정말 좋았던 그 때...

1시간 정도 힐링하면서 누워있는데 다람쥐같이 생긴 정말 귀엽게 생긴 녀석이 내 바로 옆까지 오더니 도망가지도 않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과자 하나를 주니 잽싸게  물고 금세 사라진다. 진짜 엄청 귀여워서 다시 나타나길 바랐지만 그 야박한 녀석은 끝내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썬베드를 관리하는 여성분이 과자 하나 주면 가까이 온다고 했는데 장말 내 손바닥까지 다가왔던 녀석.

썬베드에 앉아 쉬다 보니 출출해져서 비치 앞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관광지라 그런지 가격은 서울과 똑같고 맛은 별로였다. 어지간하면 팟타이는 다 맛있는데 태국에서 내가 먹은 팟타이 중 제일 짰던 팟타이었다.

너무 짜서 물을 들이켜고 싶은데 당연히 물도 돈 주고 사서 마셔야 했다. 장소에 따라서는 화장실도 돈 내고 들어가야 한다.

그래도 오므라이스는 맛있어서 천만다행이었지...

 식사를 마치고 좀티엔비치 안쪽으로 걸어가 봤지만 그런데 생각보다 비치가 정말 엄청나게 길어서 계속 걷다 포기하고 유턴 후 다시 호텔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참고로 좀티엔비치에 진한 남색 썽태우 지나다니는  보니 왠지 돌고래 동상 앞(호텔 근처)까지 갈 것 같았지만 타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다시 걸어 오후 1시쯤 호텔 근처 터미널21에 도착! (참고로 터미널21은 파타야해변 근처의 큰 쇼팡몰이다)

뭘 사기보다는 그냥 시원해서 종종 들어갔던 터미널21 ㅎㅎ


터미널21 앞까지 걸어가 잠깐 앉아 쉬면서 이제 또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파타야수상시장에 가기로 결정! 구글에 찍어보니 왕복 22km가 나오길래 잠시 망설이다 씩씩하게 다시 출발! 

내 앞에 여행자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걸어가길래 제발 같은 방향이길 바라며 뒤를 졸졸 따라 걸었으나 불과 20여 분 후 나와 반대 방향으로 가길래 다시 또 혼자 한참을 걷게 됐다.

잠시나마 외롭지 않았는데....

가는 길은 왕복 8차선의 넓은 도로 옆을 계속해서 걸었다. 울로 치면 신호등이 별로 없는 게 간선도로, 외곽순환도로 느낌의 넓은 도로 옆을 10km나 하염없이 직진으로 걸으니 매연 끝내주고 딱히 힐링되는 분위기가 아니라 좀 괴로웠다.


태국 도로의 캐캐 한 매연 냄새..
무더위와 매연의 콜라보

              오늘 하루 1년 치 매연은 다 마셨다!


정말 1년 동안 먹을 매연 오늘 다 먹은 듯했다. 특히 그 캐캐 한 매연 냄새가 장난 아니었고 걸으면서 어지럽고 매스껍고 아주 별로였다. 그래도 날이 흐려 땡볕 길을 걷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지루하게 걷다 땀 식히려고 아무 데나 그냥 길바닥에 앉아 물 한잔 마시고, 걷고, 앉고를 반복하면서 걸었다.

 

가다가 맥도널드에서 당 보충을 좀 하려고 들어가서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었는데 정말 얼마나 시원하고 달콤하고 맛있었는지는 그냥 말 안 해도 백 번 천 번 이해가 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태국에서의 한달살이 중에서 맥도널드와 버거킹은 떼어낼 수 없는 나의 단짝 친구였다. 그리고 나에게 큰 상처를 남기기도 했던... 시리즈 마지막에...

더위에 지친 나에게 천국의 맛이었던...

다시 또 지루하게 걷다가 작은 카페가 보여 아이스커피도 마시며 하염없이 직진하다 보니 드디어 수상시장이 보였다. 

수상시장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고 이것저것 여러가지 구경할 게 많아 한 번 둘러보기 괜찮은 곳이다.

드디어 입구에 도착하니 뿌듯하고 기분이 나이스 했다! 그리고 또 하나 궁금한 건 수산시장 도착했을 때 맞은편 저 멀리 고층건물이 두 개 보이는데 내가 오전에 좀티엔비치에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을 때 봤던 분명 그 건물 같아 보였는데 그렇다면 오전에 내가 있던 좀티안비치 안쪽에서 수상시장으로 바로 왔다면 상당히 가까운 거리라는 건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내 예측이 맞았다. 나는 엄청 돌아서 걸어온 것이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있나... 초행길인데 그럴 수도 있지!


아무튼 입구에서 200밧(한국돈 8천 원 정도) 티켓 끊고 들어가니 나름 볼만한 풍경이어서 여기저기 구경하는데 급 고픔과 피로감이 몰려왔다. 배고픈데 속이 매스꺼워 시원한 망고주스 하나 마시고 사진 몇 장 찍고 나왔다.

 매연 많이 마시고 땀 엄청 흘려서 입맛도 없고 속도 안 좋고 그랬던 것 같다.  밖에 나오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

  있는 곳까지 걸어가 보기로 마음먹고 일단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물집 잡힌 우측 발바닥이 아프고 무릎도 살짝 쑤시고 완전히 어두워진 데다 거기다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호텔까지 한 7km 정도 남은 것 같은데 도저히 걷기가 힘들어서 썽태우를 타려고 둘러보니 전혀 안 보인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처벅처벅 걷는데 다행히도 앞쪽에 썽태우같이 생겼는데 그것보다 사이즈가 조금 작은(모양새가 딱 미니 용달차) 사이즈 같아 보였다. 아무튼 그 기사분이 다가와서 파타야비치까지 200밧을 달라길래 어처구니없다는 표정 지으며 100밧에 가자고 우겨서 결국 그렇게 합의 후 출발! 

태국에서는 일단 요구하는 금액의 50%를 후려치고 흥정을 시작하는 게 나의 전략이었다. 그래서 성공하면 좋고  안되면 말고...ㅎㅎ

15명 장도 탈 수 있는 썽태우를 혼자 독점으로 택시같이 이용했는데 혼자 타본 결과 상당히 재미있었다. 대신 평소 200원인 요금을 4찬원이나 지불해야 했지만 멋진 경험이었다.

비가 많이 내렸다. 뒤에 탔는데도 비가 다 차 안으로 튀겨 옷이 흠뻑 잦었다. 참고로 낮에 본  파타야수상시장 앞 큰 도로를 다니는 썽태우 색깔은 화이트다. 화이트색 썽태우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썽태우의 색깔에 따라서 다니는 노선이 틀리기 때문에 잘 알아두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태국을 휘젓고 다닐 수 있다.

근거리는 단 돈 5바트(200원)로 나름 편하고 재미있게 이동할 수 있는 태국의 국민버스 '썽태우'

아무튼 그렇게 달리다 호텔 앞 세컨드 로드에 도착.  호텔에 들어와 일단 젖은 옷부터 벗고 바로 샤워 후 침대 위에서 잠시 기절했던 것 같다.


그나저나 하루 종일 구름 가득하고 햇볕 쨍쨍한 날도 아니었는데 호텔에 돌아와 거울을 보니 얼굴이 벌겋게 그을렸다. 그늘 길을 걸어도 얼굴은 이렇게 타나보다.

하루하루 피곤한 몸이지만 몸이 피곤하면 짜릿함이 느껴진다. ㅎㅎ 그렇다고 내가 메조 키스트의 성향을 가진 건 절대 아니다. 하루 열심히 운동 후 느껴지는 몸의 피로감을 즐기는 이 느낌은 살짝 중독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난 이 적당한 중독이 좋다.

내일도 열심히 걸어서 몸을 피곤하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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