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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연 Mar 01. 2022

내 고단한 발가락은 널 보기 위해 34km를 걸었지

'황금절벽사원 와우~ 멋진데?


내일 갈 곳은 오늘 밤에 정하자


꼭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전 날 잠들기 전 우연찮게 발견했지만 훌륭했어!


항상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면서 침대에 누워 내일 갈 곳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한다. 미리 한국에서 스케줄을 짜서 왔다면 편하게 일정대로 움직이면 될 일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체계적이지 못하다. 약간 게으르기도 하고, 하지만 현지에서 즉흥적으로 일정을 짜고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런 여행이 진장한 도보여행, 배낭여행의 매력이라 생각하며, 그런 나의 여행 스타일이 나에게 적합하다 생각한다.


왕복 48km '황금 절벽사원' 일단 가보자!


오늘 가야 할 곳은 바로 '황금절벽사원'이다. 일단 눈으로 구경하기에 좋고 그 관광지에 대한 스토리가 있어 좋았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편도 24km, 왕복 48km의 거리는 다른 고민 없이 하루를 온전히 한 코스만을 위해 맘 편히 걷기에 좋았으며, 내 몸을 피곤하게 만들기에 훌륭한 거리였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장소가 많은데 초반부에 하루 왕복 48km를 걷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서 일단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걷다 힘들면 썽태우를 타기로 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7시에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아픈 발가락에 대일밴드로 오늘 내 발가락들에게 닥칠 고통의 여정에 대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출발!!

이번 태국 도보여행에서 하나의 습관처럼 돼버린... 아침에 편의점에서 달달한 아이스커피 한 잔 마시면서 걷기!!

국내 편의점에는 없는 아주 맛있는 아이스커피다. 무더운 태국에서 이렇게 달달한 아이스커피는 나에게 매우 큰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셨던 것 같다!

편의점 사설경호원들인가... 문 밖에 한 마리, 편의점 안에 한 마리...ㅎㅎ

그런데 구글 지도를 보고 걷는데 어제 걸었던 8차선 도로 옆 지루한 길을 내가 또 걷고 있는 게 아닌가...

다시 지도를 축소해서 전체 경로를 살펴보니 어째 느낌이 어제 갔던 수상시장의 경로와 같아 보였다. 다시 검색을 열심히 해보니 황금절벽사원은 어제 갔던 수상시장과 같은 라인에서 앞으로 더 직진하다가 좌측으로 꺾어 걸으면 되는 방향 같았다.


그래서 일단 수상시장까지 지도를 볼 필요 없이 계속 걸었다. 어제 지나갔던 길이기에 빠른 속도로 걸었다. 단 워낙 지루한 길이다 보니 아무 생각 안 하고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그렇게 아주아주 한참을... 4시간을 걷다 보니 수상시장을 지나 좌측으로 꺾이는 지점에 도착했다. 드디어 처음 걷는 신신한 코스였다!! 매연냄새 풍기는 8차선 도로에서 차도 사람도 없는 고요하고 한적한 길을 걷기 시작하니 살 것 같았다.



사진 속 길은 인도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는 듯 하지만 태국 전체를 봤을 때 전반적으로 인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그래서 걸을 때 좀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그 길은 우리나라의 왕복 2차선 국도길과 같은 느낌이다.  거기서부터 1시간 가까이 걸어가니 저 멀리 1시 방향에 황금절벽의 옆모습이 보였고 그때부터 또다시 성취감이 스멀스멀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지는 느낌이 안 들어 힘이 빠질 때쯤 내 옆을 로드싸이클을 타고 지나가는 자덕들이 응원 한 마디씩 건네며 지나가면 힘이 불끈 솟지만 그 응원의 약발도 1분이면 끝이 난다. 그렇게 골골거리며 걷다 보면 그래도 언젠가는 도착하기 마련이다.



걷다가 땀에 옥이 흠뻑 젖었다. 면소재라 땀에 젖어 무겁고 몸에 딱 달라붙어 몹시 불편하다. 무더위에 장거리를 걸을 땐  기능성 소재의 옷을 입어야 한다. 너무 더워서 상의를 탈의하고 다시 전진! 지나가는 차 안에 탄 사람들마다 자꾸 쳐다본다. 무더운 태국에서 웃옷을 벗고 다니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매우 흔할 텐데 왜 자꾸 처다들 보던 지...

어떤 현지인이 걷고 있는 나를 보고 "헤이~~ 파워맨~~"이라고 외치며 쌍 따봉 엄지 척해준다 ~ㅋ

그래도 걸으면서 이렇게라도 웃어야 조금이라도 힘이 난다.

8차선 큰 도로에서 좌측으로 꺾은 후 황금절벽사원 입구까지 1시간  30분 정도를 걸았다. 호텔에서 황금절벽사원까지의 거리 24km를 5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세상에 별 별 희안한 사람들 많은데 야밤에 저기 올라가서 금 긁어가는 사람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만 보면 마냥 즐겁고 좋아보이지만 온 몸이 지글지글 타서 따갑고  발가락들은 힘들다고 운동화 안에서 절규를 해대던 상황.


일단 입구에서 땡모반 슬러시를 허겁지겁 들이마시다가 머리통이 정말 깨지는 고통에 죽는 줄 알았다. 그 고통 모두가 잘 아는 그 고통... 그런데 땡모반 슬러시는 정말 최고로 맛있다. 무더위 속 갈증뇌까지 얼려버릴 것 같이 시원하고 달달한 수박 맛의 땡모반은 정말 적수가 없는 세상 최고의 음료라 생객한다.

아무튼 그렇게 잠깐 앉아서 호흡을 가다듬고 더위에 지쳐 헝클어진 멘털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의 소울메이트 '땡 모 반'


태국의 국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산을 깎아 절벽에 순금 20억 원어치를 절벽에다가 장식한 황금절벽사원은 참 멋졌는데 입장료도 없어서 좋았고 또 이곳은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곳 같았다.

 

이제 호텔로 돌아가야 한다. 갈 때는 흰색 썽태우를 타고 갈 생각이다. 하지만 썽태우를 타려면 다시 6km 정도를 아까 그 8차선의 큰 도로까지 다시 걸어 나가야 하고 썽태우를 타고 최대한 호텔과 가까운 곳까지 타고 가서 호텔까지 4km 정도를 걸어야만 한다. 어쨌든 무조건 10km는 더 걸어야만  한다. 내일은 푹 쉬고 낮잠도 자고 아주 늘어지게 하루 휴식을 취해야겠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와서 정자 같은데 누워서 쉬는데 그늘에다가 바람도 솔솔 불고 잠들 것 같았다.


진정한 꿀맛 휴식


발바닥이 욱신거려 운동화를 벗고 양말까지 벗으니 양쪽 발가락들이 아주 지쳐 보이는 게 휴식을 줘야 할 것 같았다.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이 참 많은 내 발가락


 하지만 갈 길이 멀어서 조금만 쉬다가 바로 출발했다. 다시 출발 화장실에 가는데 어린 두 녀석이 앉아서 5밧을 내고 들어가라고 말하는데

표장이나 말투가 상당히 껄렁껄렁해서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화장 길을 이용하는데 입구에서 어린 건달 같은 녀석이 껄렁거리며 5밧(2백 원) 내라고 하는데 뭐 어쩌겠나... 줘야지!

화장실은 유료도 있고 무료도 있고 복불복이나 유료가 더 많다


그나저나 양쪽 팔과 다리에 피부가 오돌토돌하게 올라왔다.  피부 트러블이 생겨 걷는 내내 가려워서  혼났다. 발가락 물집 때문에 발도 아프고 발가락도 아프고 가렵고 덥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텔까지 딱 10km만 더 힘내자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열심히 걸었다. 황금절벽사원에 마지막 힘을 내서 파워워킹으로 1시간  정도 큰길까지 걸어 나와 운 좋게도 한 10여 분 만에 바로 흰색 썽태우 탑승에 성공했다! 썽태우는 그냥 길을 걷다 옆에 다가오면 그냥 손을 들면 아무 곳에서나 태워주고 내일 땐 차량 내 버튼을 누르면 아무 곳에서나 세워준다. 아주 편한 원초적인 시스템이다.


태국의 경우 5밧(2백 원)을 내고 썽태우를 타면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썽태우의 색깔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썽태우의 색깔에 따라 운행하는 노선이 다르다. 일반 버스처럼 앉을 수 있는 좌우측 좌석이 있고 나머지는 서서 가야 한다. 아무 곳에서나 서서 타려는 썽태우가 지나가면 손을 들면 정차하고 내리고 싶은 곳에서 벨을 누르면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하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동거리가 먼 경우 가끔 5밧을 더 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탑승 후 1시간 정도 후 썽태우에서 내려 호텔까지 걸어가는 길은 정말 지옥 같았다. 어찌나 피곤하던지 그 피곤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으며 길을 걷다 그냥 길가에 눕고 싶은 심정이었다.


걷다가 눈앞에 보인 벤치에 앉아 황금절벽사원에서 찍은 사진들 구경하면서 휴식을 취해 본다.



그렇게 꾸역꾸역 걸어 다시 '터미널 21'이 보이자 없던 힘이 솟구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터미널 21에서 호텔까지는 20분 남짓 거리니 저 건물이 보이면 호텔에 도착했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가까스로 호텔 앞에 도착! 34km의 도보여행은 그 거리가 생각보다 훨씬 길게 느껴진 고단했던 하루다. 호텔 옆 편의점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고 해변가 앞 바닥에 주저앉아 해가 저문 뒤 매직 아워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라도 오후에 다행히도 이쪽은 하늘이 맑아져 이쁜 노을을 김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내일은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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