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치 완주 축하라도 하듯 하늘이 내어 준 그날의 내 인생 노을도 절대 잊지 못한다!
완주 D-day 전 날 친한 형에게 연락이 왔다. 제주 다음 본사에 일 때문에 올 일이 있다면서 볼 일 끝내고 다음 날 함께 올레길을 걷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그 먼 길을 혼자 걸으며 참 심심하고 지루하기도 했는데 나도 드디어 친한 지인과 함께 폭풍 수다를 떨며 걸을 생각을 하니 무척 설레었다.
내가 있는 호텔에 밤 9시쯤 도착한 그 형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올레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참고로 이 형은 서울에서 나의 테니스 파트너이자 사이클 파트너이기도 한 절친한 사이이며 나중에 둘이 설악산 종주 및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걷기로 약속한 사이다.
서울에서 온 형과 함께 한 나의 마지막 올레길...
오전 7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나갈 준비를 하고 오전 7시 30분에 호텔에서 나와 호텔 앞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아침식사를 때우고 커피를 하나씩 마신 후 버스를 타고 21코스 출발점으로 출발!
그 형 역시 수많은 운동을 즐기는 운동 마니아로서 예전부터 올레길을 걷고 싶었다고 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올레길을 걷기 시작하자마자 예상대로 폭풍 수다에 돌입했다.
이렇게 폭풍 수다를 떠는 나 자신을 보면서 그동안 어떻게 참고 말없이 그 기나긴 길들을 걸어왔는지 스스로 참 신기할 따름이었다. ㅎㅎ
제주감성 팍팍 터지는 느낌의.이 곳...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사진
뭐 그냥 눈앞에 보이는 파란 화살표만 보면서 따라 걸으면 될 것을 나름 올레길을 많이 걸어봤다고 나는 형 앞에서 마치 제주올레길 걷기 관광가이드가 된 것 마냥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형에게 제주올레길과 관련한 이런저런 안내와 설명을 해주었다. ㅋ
역시 운동 좋아하고 키 크고 체력 좋은 형과 걸으니 걷는 속도가 장난 아니게 빨랐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빠른 속도로 걷다 보니 지금까지 쌓인 피로 누적과 양쪽 발에 물집이 잡혀 어느 지점부터는 도저히 스틱을 쓰지 않고서는 걷기 힘든 상황에 다다랐다.
그래도 형과 함께 걸으니 너무나 행복하고 재미있고 든든하기도 하면서 아무튼 정말 정말 좋았다.
지금까지 혼자 걸을 때 대충 보고 지나쳤을 풍경들도 형과 함께 걸으니 하나하나 그 주변 풍경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니 어찌나 재미있던지...
지금 생각해도 나의 올레길 사진에 형이 함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ㅋㅋ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던 그 명언이 떠오르면서 그 말이 가슴속 깊은 곳까지 팍팍 내리 꽂히면서 공감이 갔다.
우리는 그렇게 함께 걸으며 중간중간 먹기도 많이 먹었다. 혼자 걸을 땐 잘 먹지도 않았다. 하루하루 걸어야 할 거리가 많기에 여유 부리며 먹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왜 그리 미련스럽게 걸었는지 후회가 됐다. 올레길을 걷는 것이 식도락 여행은 아니지만 이 멀고 먼 제주까지 와서...
뭐가 그리 바쁘다고 굶으면서 걸었어...
먹거리 천국인 제주에서 뭐가 그리 바쁘다고 그렇게 굶어가면서 걸었는지 그 부분이 스스로 참 안타까웠다.
어쨌든 우리는 걸으면서 중간중간 먹을 것 다 먹어가면서 걸어도 어찌나 빨리 걸었는지 스탬프를 찍는 각 코스의 간세도 어느새 눈앞에 나타나곤 했다.
슬슬 형의 발다닥에 불이 나기 시작했던 지점! 망고쥬스가 끝내줘서 한 잔 더 마셨던 망고주스~
그렇게 20코스를 빠르게 지나서 대망의 마지막 코스인 21코스를 걷는데 햇살이 매우 강렬해서인지 몸도 지치고 땀도 많이 나고 다리도 아프고... 430km 대장정의 종착지가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심리적으로 긴장도 풀어져서인지 하도 해변을 지나면서 꾀나 힘들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진찍을 땐 안힘든 척~ 스마일~
특히 눈앞에 나타난 마지막 오름인 지미오름은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았기에 정말 오르기 싫어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우회해서 갔는데...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가 지미봉을 오르는 것을 보고 그때 지미봉을 오르지 않은 것을 두고 어찌나 후회가 되던지... 지미봉 정상에서의 주변 풍경이 그토록 이뻤다는 것을 알았다면 기어서라도 올랐을 텐데 말이다.
피곤한 내 몸뚱이를 스틱에 기대어 그렇게 걷다 보니 눈앞에 드디어 성산일출봉이 보였다. 그때 그 순간 울컥했던 감정은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그 넓은 제주 한 바퀴를 걸어서 완주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 순간이었으며, 순간 느껴지는 짜릿함과 뿌듯함은 정말이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벅참이었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던 그 순간.."아~이제 진짜 끝이구나"
성산일출봉을 보니 없던 힘도 마구 솟아났으며 마지막 종착지를 향해 열심히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눈앞에 21코스의 마지막을 알리는 파란 간세가 나타났다. 길고 길었던 제주올레길 430km의 대장정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장소에는 남녀 두 분이 우리기 왔던 역방향으로 걸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나는 그 장소가 끝이었고 그 두 분은 그곳이 제주올레길의 시작점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내게 축하한다며 힘껏 박수를 치셨다. 나도 그들에게 올레길을 몸 다치지 않게 즐겁게 완주하시라고 파이팅을 외쳤다!
걷고 또 걷고 하염없이 걷다보면 결국 종착지에 다다르기마련~ 감격의 21코스 끝 지점!!
그렇게 대장정의 마무리를 하고 형이 콜택시를 불러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가기로 했다. 택시 안에서 형이 했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때 완주한 순간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주면서 속으로 내가 많이 부러웠다고... 그리고 내가 많이 멋져 보였다고... 형의 그 말이 나는 그렇게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와서 다시 만난 형은 또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또 다른 큰 숙제가 하나 생긴 것 같다"라고... 형도 올레길 완주를 꼭 해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형... 올레길 걸을 때 내가 같이 걸어줄게... 다는 아니고 2~3개 코스만~" ㅋㅋ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형과 함께 우도에 가서 전기스쿠터 빌려서 섬 한 바퀴 신나게 한 번 달려보고 싶다.
그건 그렇고 그날 호텔까지 택시비 6만 원 가까이 나왔다. ㅋㅋ
형은 그날 밤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갔고.... 그리고.... 그날 해질녘... 나는 내 인생 노을을 보았다.
오후부터 날이 엄청 맑아지더니 역대급 노을의 낌새가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름 평범한듯한 노을의 모습이었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아름답지만 그날 그때 실제 눈에 담은 제주 노을의 환상적이었던 풍경은 정말 엄청났다!!! 내가 노을을 보면서 소름이 돋은 경험은 지금까지 하와이와 발리에서 본 이후로 국내에서는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나도 서울에서 한 자덕 하는 사람이지만 사진 속 두 자덕분들은 무지개해안도로를 달리며 다양한 장소에서 보는 이날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타이밍이 정말 절묘했다. 그동안 제주에서 고생 많았다고 하늘에서 준 선물처럼 느껴졌다. 온통 붉은빛 노을로 뒤덮인 하늘은 정말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웠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 직원도 그날의 노을은 제주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풍경이라며 그도 넋을 잃고 그 화려했던 노을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제주올레길을 완주한 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한 후 상쾌한 기분으로 마주한 제주의 러블리한 노을 덕분에 잊지 못할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었던 참으로 감사했던 하루...
마지막 날 이런 풍경을 보니 정말 그 어떤 보상이라도 받은 것 같고 정말 행복했던 제주올레길의 마지막 날 밤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날의 제주를 잊지 못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