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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대리 Aug 01. 2023

My disliked things(내가 질색하는 것들)

회사 생활에서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던 상황들

로저스와 해머스타인 Rodgers and Hammerstein의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의 대표곡 중 "My Favorite Things"가 있다. 1965년 영화 버전에서 줄리 앤드류스 Julie Andrews가 부른 버전이 가장 유명하지만, 후에 라스 폰 트리에 Lars von Trier의 괴팍한 걸작 <어둠 속의 댄서 Dancer in the Dark(2000)>에서 비운의 여인 셀마를 연기한 비요크 Björk가 부른 어딘가 암울하고 쓸쓸한 버전을 더 좋아한다.


Raindrops on roses and whiskers on kittens

장미 위에 맺힌 빗방울과 아기 고양이수염


Bright copper kettles and warm woolen mittens

반짝이는 구리 주전자와 포근한 모직 장갑


Brown paper packages tied up with strings

끈으로 동여맨 갈색 종이 포장 꾸러미가


These are a few of my favorite things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 것들



물론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꽤 많다. 하지만 생각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회사 생활 중에) 내가 질색하는 것들 My disliked things'도 못지않게 많다.


이제부터 등장하는 목록은 온전히 내 주관적인 '싫음'에 관한 것이지, 어떤 윤리적이거나 도덕적 잣대로 공감을 얻기에는 근거가 미약한 것이므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저 호불호 강한 조대리의 이상한 취향이 반영된 것일 뿐.



1. "어제 잘 들어갔어(요)?"


신나는 술자리를 마친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이 꽉 들어찬 엘리베이터에서 마침 어제 같이 자리를 한 사람이 같이 탔을 때, "어제 잘 들어갔냐"라고 묻는 게 그렇게 싫더라. 싫은 이유는 분명히 있다.


일단 전날 술자리는 전날 헤어지면서 끝이고, 그 자리에 함께 하지 않은 사람이 그걸 알게 할 이유가 없다. 이걸 싫어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 있었다.


한때 같은 팀에 있었던 낙하산 M. 평소 오가며 인사나 주고받을 정도이지 대화 한 번 나눠본 적 없는 다른 팀의 팀장이 우리 팀 쪽으로 오더니 M의 자리로 다가가, 정겹게 어깨에 팔을 두르며 물었다.


"어제는 잘 들어갔어?"


나중에 알고 보니, 팀원들과는 소통도 협업도 제대로 되지 않던 M은 당시에 종종 있었다는 팀장급 이상 술자리에 그렇게 꼈다는 것. 어떤 연유로 그런 자리에 끼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혹시라도 내가 그 자리에 못 껴서 안달 났다고 오해는 금물. 문제는 그날 그 다른 팀 팀장이 M에게 "어제 잘 들어갔냐"라고 묻지 않았다면, 나를 비롯한 누구도 M의 그런 비밀스러운(?) 행각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이런 게 바로 모르는 게 약, 아는 게 탈이란 것이다.



2. "상관없어(요)."


이번에도 역시 팀원들과의 협업이나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던 Z. 그는 입버릇처럼 어떤 사안에 대해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를 남발했다. 그 말을 반복할수록, 그 업무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고, 비슷한 직급이었던 내가, 자기가 잘 몰라서 그렇다는 Z의 발언에 책임을 심어주고 싶어 팩트 위주로 이런저런 상황을 전달할라치면, Z는 꼭 이렇게 말했다.


"네, (어떻게 해도) 전 상관없어요."


반문했다. '상관없다'는 게 'It doesn't matter(어떤 쪽이어도 괜찮다)'냐 'I don't care(말 그대로 신경 안 쓰겠다)'냐. 그럼 Z는 다시 덧붙였다. "어느 쪽이 든요, 상관없다고요."


저렇게 '상관없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의 특징은, 뭔가 일이 착착 잘 진행되면 자기가 잘한 덕이요, 일이 조금이라도 그르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을 제외한 누군가 희생양을 들이댄다. 어느 쪽이든 그의 선택을 지지해 주는 든든한 지원군인 윗선의 호감을 확보해 두는 것은 필수조건!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짜장면? 순두부찌개? 파스타?"

"(뭘 먹든) 상관없어."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선택지가 있는 질문을 받았을 때엔, '상관없다'는 '쿨한 척' 태도는 집안에다 두고, 질문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선택하는 척이라도 좀 하자.



질색하는 상황 중 굵직한 두 가지 외에도, 메일이나 문자, 카톡을 주고받는 중에 물결표시(~), 빙썅표시(^^), 사소한 오탈자도 참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럴 땐 이런 영화


평소 시큰둥하던 주인공이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이, 같은 날에 갇혀 오만 고생을 다하는 타임루프 영화의 대표작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1993)>을 보며, 평소 싫어죽겠는 오만가지 것들을 떠올리던 마음을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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