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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대리 Jun 28. 2024

조대리의 영화음악실 1

영화 자체보다 존재감이 큰 영화 주제가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대리의 영화음악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아주 예전에 자정이 오기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죠. 하루가 끝나고, 다음날이 시작되는, 하루 중 가장 의미심장하면서 신비로운 시간대인 자정, 0시가 되면 시작되는 KBS 2FM <이선영의 영화음악실>을 애청하던 때가 있었는데요.


몇 년이 지난 후엔, 자정을 넘어 조금 더 밤이 깊어진 새벽, 주파수를 MBC FM으로 고정시키고는 <FM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를 애청했던 기억도 아련합니다.


좋아하는 영화와 영화음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밝은 낮보다는 늦음 밤이 더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 막연하게나마 라디오 프로듀서나 DJ가 되고 싶다는 생각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쳐들던 시기였는데요.


오늘 조대리의 영화음악실의 선곡은 영화 자체의 존재감보다 그 영화 속에 등장한 주제곡이 더 오래 기억되는 곡들입니다.


첫 번째 곡은 에디 머피 Eddie Murphy 주연의 <부메랑 Boomerang(1992)>의 주제곡인 보이즈 투 멘 Boyz II Men의 "End of the Road"입니다.


<48시간 48 Hrs.> 시리즈(1982~1990), <비버리 힐스 캅 Beverly Hills Cop> 1편(1984)과 2편(1987), <에디 머피의 구혼작전 Coming to America(1988)> 등으로 1980년대 누구보다 주목받는 할리우드의 주연급 스타의 자리를 굳힌 에디 머피가 바람둥이인 광고회사 중역 마커스 그레이엄을 연기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데요.


평단의 반응은 미적지근한 편이었던 것에 비해, 영화 자체는 흥행에 대참패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인상적인 영화도 아니었죠.


하지만, 보이즈 투 멘의 "End of the Road"가 빌보드 싱글차트 Hot 100에서 13주간 1위를 차지해, 11주 간 1위를 차지해 기존 최장 기간 1위 곡이었던 엘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y의 "Hound Dog"의 기록을 깼고, 보이즈 투 멘의 인기도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습니다.

출처-보이즈 투 멘 유튜브 공식 채널


두 번째 곡은 영국 레게 팝 밴드 UB40가 1993년 발표한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1961년 발표한 곡을 리메이크했는데요.


이 곡은 <원초적 본능 Basic Instinct(1992)>로 전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던 샤론 스톤 Sharon Stone의 차기작이었던 <슬리버 Sliver(1993)>의 주제곡이었습니다.


<원초적 본능(1992)>의 시나리오를 쓴 조 에스터허즈 Joe Eszterhas나 주연 배우 샤론 스톤 모두 전작의 명성을 이어가기를 꿈꿨을 테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하지만 UB40의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는 영화의 실패와는 별개로, 빌보드 싱글 차트 Hot 100에서 7주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출처-UB40 유튜브 공식 채널

R&B 발라드로 시작해, 레게 팝으로 분위기를 띄웠으니, 이번에는 묵직한 힙합곡을 준비했습니다. 미셸 파이퍼 Michelle Pfeiffer 주연의 실화 소재 영화 <위험한 아이들 Dangerous Minds(1995)>은 평론가들로부터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못 받았지만, 미셸 파이퍼 원톱 주연작으로 흥행에서는 선방했는데요.


아무래도 학교를 배경으로 한 실화 소재 영화가 지닌 태생적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지 못한, 평이한 전개가 큰 점수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래퍼 쿨리오 Coolio의 "Gangsta's Paradise"는 북미에서만 300만 장 이상 판매되어 1995년 가장 많이 팔린 싱글로 기록되었고, 앤트완 퓨콰 Antoine Fuqua가 연출하고 미셸 파이퍼가 함께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1996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베스트 랩 비디오를 수상했습니다.

출처-쿨리오 유튜브 공식 채널



1985년 57회 아카데미 오리지널 주제가상 부문에는 <어게인스트 Against All Odds(1984)>의 주제곡 "Against All Odds (Take a Look at Me Now)", <자유의 댄스 Footloose(1984)>의 주제곡 "Footloose"와 "Let's Hear It for the Boy", <고스트버스터즈 Ghostbusters(1984)>의 "Ghostbusters", 그리고 <우먼 인 레드 The Woman in Red(1984)>의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가 노미네이트 되었는데요.


아카데미 오리지널 주제가상 부문 최초이자 2024년 96회 시상식까지 유일하게, 후보에 오른 다섯 곡 모두 빌보드 싱글 차트 Hot 100에서 1위를 기록한 히트곡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오스카는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의 작사, 작곡자인 스티비 원더 Stevie Wonder에게 돌아갔는데요.


진 와일더 Gene Wilder가 각본, 연출, 주연을 맡은 영화 <우먼 인 레드(1984)>가 흥행이나 평단의 평가가 다소 초라했던 것과 비교하면, 스티비 원더의 주제곡으로 아카데미 수상작이 되었으니 나름대로의 해피 엔딩이 되었습니다.

출처-스티비 원더 유튜브 공식 채널



오늘 마지막 곡은 <다이 하드 Die Hard> 시리즈 등의 성공으로 할리우드 대표 액션 스타가 된 브루스 윌리스 Bruce Willis와 <연인 The Lover(1992)>으로 벼락 스타가 된 제인 마치 Jane March의 조합이 어색했던 에로틱 스릴러 <컬러 오브 나이트 Color of Night(1994)>의 주제곡 "The Color of the Night"입니다.


영화 <컬러 오브 나이트(1994)>는 1995년 15회 골든 라즈베리 어워즈에서 최악의 작품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혹평과 흥행 참패에 이은 오명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했지만, 공교롭게도 주제곡 "The Color of the Night"는 1995년 52회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나름의 완성도를 인정받았습니다(하지만 아쉽게도, 그해 주제가상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킹 The Lion King(1994)>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에게 돌아갔습니다).


로렌 크리스티는 영국 가수이자, 작곡팀 '매트릭스 The Matrix' 소속의 송라이터이자 레코드 프로듀서로 더 유명한데요.


영화 <컬러 오브 나이트(1994)>도, 주제곡 "The Color of the Night"도 왠지 밉지만은 않은, 저의 길티 플레저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그런 묘한 영화와 노래입니다.

출처-로렌 크리스티 토픽 유튜브 채널

아래 유튜브 뮤직 링크를 누르시면, 유튜브 뮤직을 사용하시는 분께서는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를 바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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