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대리 Jul 19. 2023

S#1-5. X세대 청춘 스케치

젊음을 몰랐던 젊은 날

만 20세가 되어 더는 ‘미성년자’가 아니게 되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마음껏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게 되었고, 초등학교 때 꿈꿨던 ‘연예 담당 신문기자’의 꿈은 어느샌가 ‘영화평론가’가 되어야겠다고 고쳐먹게 되었다.

   

하지만 삶 자체를 계획적으로 사는 유형의 인간이 아니기도 했고, 영화평론가라는 직업 자체도 어디선가 들어본 거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만 될 수 있는지 넓고 깊게 조사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저 영화를 많이 보면 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며 그저 될 수 있는 한 많은 영화를 보는 일에 더욱 매진했다.



그러는 사이, 이병헌, 신은경, 김원준, 김지호, 정우성, 고소영, 이정재 등 당시 20대 초반의 스타들이 탄생하면서 그들 또래의 사람들을 ‘X세대’라 부르기 시작했다. 맥주를 잔에 따라 마시는 일은 촌스럽고, 병째로 들고 마셔야 ‘X세대’다워 보였고, 윗세대의 말과 행동은 온통 고루하고 진부하기만 할 뿐 새겨들을 말은 하나도 없으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만다는 자신만만 위풍당당함이 미덕이라고 여기며,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20대를 지내고 있었다.


<구미호(1994)><젊은 남자(1994)><비트(1997)><태양은 없다(1998)> 등 방황하는 질풍노도의 X세대 청춘 영화들을 보며, <비트>의 민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손을 놓고 만세를 부를 수 있는 과감함은 영화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며, 가수 이상은의 노래 가사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는 완전히 남의 얘기라고 여기며 그렇게 젊음을 허비하고 있었다.


<장미의 나날(1994)>을 보기 위해 상영관으로 입장하려는데,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극장 직원의 요구에 갓 스무 살이 된 나의 젊음을 과시하기 위해 오만한 손끝으로 주민등록증을 내보이던 그때의 나는 젊은 날의 젊음을 모르는 젊은이였다.




이전 05화 S#1-4. 비디오를 너무 많이 본 청소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