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쓰는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오늘은 쑥스럽지만 저에 대해 간단히 써볼까 합니다. 돌이켜보니 브런치를 쓰기 시작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제 소개를 제대로 한 적은 없더라구요. 오랫동안 저희 글을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해서 이참에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우선... 내년에 서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실 빠른년생이라 제 친구들은 이미 서른이지요. 나름 의리를 지키겠답시고 지금껏 친구들과 보폭을 맞춰 살아왔는데 막상 올해가 되고 나니 '서른입니다'라는 말이 왜 그렇게 떨어지지 않던지. 결국 저는 보너스 인생을 얻은 기분으로 스물아홉을 두 번 살고 있습니다.
현재 직업은 무직입니다. 취업 준비생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던가요. 처음엔 불안하던 마음도 차츰 무뎌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백수 라이프에서 의미를 찾고 나름대로 즐기며 지내고 있습니다. 낮잠을 2시간씩 자기도 하고, 6시간 동안 멍때리다가 배고픔에 못이겨 밖에 나가기도 하고. 아침드라마 편성표까지 난생 처음으로 꿰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전엔 세 곳의 회사를 다녔는데 특이하게도 다 다른 업계였습니다. 한 곳은 국내 보험회사, 한 곳은 외국계 화장품회사, 한 곳은 언론사.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세상 평탄한 인생이라고 자평하던 저의 삶이 첫 번째 회사를 관두면서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브런치에도 퇴사, 이직과 관련된 얘기들을 간간이 쓰곤 했는데 20대가 끝나기 전에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한 번 더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운동이나 야외활동을 좋아합니다. 물론 딱히 잘하는 건 없습니다.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지만 손을 놓고 탈 수 있을 정도는 아니고 배드민턴, 볼링 같은 것들도 흥미있어 하긴 하는데 애매한 실력입니다. 그냥 햇빛 쬐는 걸 좋아해요. 걷고 산책하고. 대학생 땐 제 상체만한 배낭을 메고 몇 달 씩 여행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20대를 보내면서 가장 잘한 경험으로 꼽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아, 히말라야에 다녀온 적도 있답니다.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자부할 만큼 제가 사랑했던 여행인데, 히말라야에 대한 얘기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네요.
그리고... 가족, 자존감, 신뢰 이런 말들을 좋아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영화 <Flipped>이나 <인사이드아웃>을 정말 좋아하고, 결국 모든 사회 문제는 불안한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남들은 누가 그걸 모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사회가 건강해지는 건 가정과 공동체가 건강해지는 길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스에 대한 얘기도 빼먹을 수 없겠네요. 브라이스는 제 남자친구입니다. '이직일기' 매거진에선 브라이스라고 부르는 게 너무 어색해서 '건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나이는 저보다 한 살 적은 스물여덟이고, 만난 지는 2년하고 3개월 정도 됐습니다.
가끔은 한 대 쥐어박을까 싶을 만큼 까불기도 하지만(최근엔 몇 번의 정색을 통해 부쩍 줄어들긴 했어요.) 그래도 든든하고 한결 같은, 지금 저에겐 누구보다 가까운 '친한 친구'입니다. 정말 모오오오오든 얘기를 다 나눌 수 있거든요. 특히 권위적이지 않고 남성성을 강조하지 않는 점은 제가 브라이스의 장점으로 꼽는 것 중 하나입니다. 백수임에도 안정적인(?) 백수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브라이스 덕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요. (고맙네 친구!!)
앞으로의 계획은... 아무래도 빨리 직장을 찾아야겠죠? 다시 새 직장을 찾고 나면 노래 학원을 다녀보고 싶어요. 이유는 그냥 코인노래방에서 노래를 잘 불러보고 싶어서? 피아노도 배워보고 싶고. 요리도! 자취생활이 10년이 넘어가니 몇 가지 음식으로 돌려막는 건 한계가 있더라구요.
평생 직장은 더 이상 있지도, 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하기에 결국엔 제가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만이 앞으로의 시간들을 잘 헤쳐나갈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꾸준히 생각하고 쓰고 나누어야겠지요. 다 쓰고 나니 오글거리고 유치한 자기소개가 된 것 같네요. 하지만 이런 기록들이 모이고 모여 저를 이루는 것이니 앞으로도 부지런히 써보겠습니다. 모두 좋은 가을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