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by 브라이스와 줄리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팟(Spot). 합정역 7번 출구 앞에 있는 할리스 2층 창가자리다. 낮의 화창한 모습도 좋고, 해가 어둑어둑 지는 모습도 좋고, 완전히 깜깜해 진 후에 바라보는 모습도 좋다. 망원역 방향으로 멍니 바라보고 있으면 20분이 뚝딱 지나가버린다.


반팔을 입은 아저씨, 얼굴을 다 덮는 목 폴라티를 입은 여학생, 꽃을 들고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남자, 멋진 베레모를 쓰고 신문을 보고 계신 할아버지, 순대집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빅이슈 판매원, 자전거를 타다 목을 축이는 남학생들. 너무나 평범하고 소소해서 바라만 보고 있어도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오늘은 창밖을 보면서 가을 노래를 들었다. 같은 풍경인데 어떤 노래가 입혀지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슬픈 감성에 젖기도 하고 헛헛한 마음을 느끼기도 하고 왠지 모를 맑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짱박아놨던 책도 비로소 다 읽었다. 요즘 부쩍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정말 좋은 가을날의 오후다. 행복하다.


가을만 되면 생각나는 노래도 덧붙여봤다. 최근에 발표된 노래도 추가 :) 브런치에도 음악 삽입 기능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이유-가을아침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눈 비비며 빼꼼히 창밖을 내다보니
삼삼오오 아이들은 재잘대며 학교 가고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딸각딸각 아침 짓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이
상큼하고 깨끗한 아침의 향기와
구수하게 밥 뜸드는 냄새가 어우러진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응석만 부렸던 내겐
이한철-옷장정리
계절은 무심하지 어느새 쌀쌀해
두 팔을 감싸 안고
철 지난 옷 내려놓네
옷장은 늘 그렇지 한참 뒤져봐도
딱히 입을 건 없어
매년 뭔가 사긴 하는데

한참을 바라보다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몇 해전 생일날 네가 선물했던
셔츠를 만났네

펼쳐 입은 내 모습
여전히 잘 맞아
모든 게 그대론데
긴 한숨에 체념하네

한참을 바라보다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되는대로 접어
정리함에 넣어 추억을 버리네

정말 널 잊을 수 있을까
정말 널 지울 수 있을까
정말 널 버릴 수 있게 되는 걸까
너는 알까
호아-번지네
저기 져가는 하늘에 그리운 날이 떠가네
멀어져 가는 모습을 말없이 보며 서있네

허전한 맘은 거리에 가눌 길 없이 헤매이고
야위어 가는 날들이 가득히 쌓여만 가네

흐린 기억들 모두 멀리 사라지고
텅빈 나의 가슴엔 그리움만 번지네
토마스쿡-아무것도 아닌 나
참 이상해 햇살 눈부실때
해맑게 웃던 네얼굴이 난 자꾸 생각나

넌 어떠니 벌써 날 잊었니
까맣게 잊고 살다가도 문득 떠오르는지

아 아 텅비어버린 마음 난 어쩔줄 몰라
예전에 널 알기전 처럼 아무 것도 아닌 나

난 지금도 깜짝 놀라곤해
하품을 혼자 하다가도 또 네가 생각나

왜 그렇게 널 보냈는지
언제든 다시 만나겠지 그런 마음이었지

아 아 텅비어버린 마음 난 어쩔줄 몰라
예전에 널 알기전처럼 아무 것도 아닌 나

이렇게 곁에 있어줘
기억속에서라도
너마저 떠나버리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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