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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 부드러운 '아저씨?'

[2017 KBS 드라마스페셜]그 다섯 번째

by 브라이스와 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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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비밀요원'이라고 소개하는 40대 여성과 9살 꼬마 여자 아이. 비밀요원의 구출자와 위험에 빠지는 아이의 설정을 보다보면 영화 한 편이 떠오른다. 영화전문채널에서 스테디셀러로 통하는 원빈과 김새론이 열연한 영화 '아저씨'다.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은 부산 룸싸롱에서 일하다 지역 범죄조직의 돈뭉치를 들고 도망친 주인공 정마담(라미란 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공소시효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은둔하며 살다가 문제에 휘말리고 만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부모의 보험사기 도구로 사용되던 한 아이 박은미(신린아 분)와 엮이게 된 것. 은미는 몇 번 보지도 않은 그녀를 아주 가깝게 따른다. 심지어 자기를 구해달라고도 말한다. 공소시효가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둘은 운명공동체가 된다. 부모의 폭력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일주일 남은 공소시효를 무사히 마치고 해외로 도피하기 위한 두 사람의 '도망기'가 펼쳐진다.


익숙한 설정 아래 빛난 건 라미란과 아역의 연기였다. 울고 웃고 공감하게 만드는데 탁월했다. 연기에서만큼은 보증수표인 주인공이 드라마를 '하드캐리'하니 편하게 볼 수 있는 가족 드라마가 되기에 아주 적절하다.


다만 서두에서 언급했듯, 드라마는 부드러운 '영화 아저씨'의 포맷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했다. 이야기 속에 담긴 함의들은 다르겠으나, 아이를 위해 애쓰는 어른의 모습, 어른과 아이의 유대감 등이 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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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매개체들도 다소 작위적이었다.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들어간 '메르스'는 위기에 빠진 두 사람을 구출하는 것에 쓰이는데 그쳤고, 마담이 은미를 버리지 못하고 함께 끌고가는 계기가 된 옛 오천원권도 다른 어떤 것이 됐어도 무방할 만큼 그 자체의 상징이 없어 아쉬웠다. 이전 단막극들에서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 것들 그 자체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이야기가 됐기 때문이다. 철저히 남인 어른과 아이가 만나 유대감을 형성하고, 같이 고생하면서 애정을 쌓는 것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기쁨을 줬다. 마지막 쿠키영상처럼 등장한 두 사람의 행복한 삶 역시 드라마를 1시간 넘게 집중해준 시청자에 대한 보답이다. "볼 것 없다"며 티비를 이리저리 돌린 이들에게 단비같은 이야기가 됐음에 틀림 없을 것이다. KBS는 현재 파업 중인데 이런 작품을 미리 잘 만들어놨기 때문에 어쩌면 '면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품을 볼 수 있어 다행이지만 이런 걸로 파업을 무력화하는 건 반대다.


추석 특집 프로를 별도로 제작하지 않았지만 좋은 신인 작가, PD를 발굴해온 이력 덕에 일부 시청자들은 만족할 수 있었다.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은 다른 평가보다 불가피하게 성공한 편성과 그동안 KBS가 쌓아온 구력 덕분에 잘 나온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원래 KBS를 이끌던 '드라마 장인'들이 어서 돌아와 이런 작품을 더 많이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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