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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Oct 07. 2018

따뜻한 글을 쓰는 것

태풍이 지나간 후 맑게 갠 하늘 아래에서

혼인신고는 끝냈지만, 아직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브라이스입니다. 요즘 제 마음에 담아둔 고민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사람의 기분이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 날씨에 쉽게 좌우됩니다. 예를 들면 비 오는 아침 출근길이 그렇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릴 거라는 예보가 있었음에도 막상 신발을 파고드는 물을 느끼면 기분이 착잡합니다. 누구 하나 제게 뭐라 하는 사람이 없지만 기분이 나쁩니다.


점심 먹을 때가 되니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게 갭니다. 하늘을 보고 있자니 사탕을 몰래 먹은 아이의 표정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다 보면 일터로 돌아가는 발걸음이라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기분을 바꾸는 건 순전히 제 마음의 힘입니다.


글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글에선 차가운 기운이 묻어납니다.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글을 보고 괜히 제 속이 찔립니다. 아픔을 생생히 묘사한 글을 읽다 보면 눈물이 콕 떨어질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누군가 제게 보낸 메시지(글의 일종) 어투 하나에도 기분이 살기도, 죽기도 합니다.


따뜻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문장을 따라갔을 뿐인데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그런 글. 억지로 짜내도 나오지 않을 글입니다. '따뜻'이라는 수십 번 적어도 글이 따뜻해지긴 힘들겠죠. 따뜻함이 묻어나는 글이란 뭘까요.


정답을 찾아서 이 글을 쓴 건 아닙니다. 어디선가 따뜻한 글을 보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분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서 이 글을 적는 것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소위 '초스피드'로 흘러가는 시대에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볼 만한 따뜻한 글. 그런 글을 갈망해서, 또는 쓰고 싶어서 이런 거창한 제목의 글을 꺼냈습니다.


종종 저는 제가 자기소개서를 쓰던 시절을 생각합니다. 세상 전체에서 저를 놓고 봤을 땐 특별할 것 없지만, 저라는 인생을 들여다볼 땐 더없이 특별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십 대 중반이 돼 늦게 첫 연애를 시작한 제 자신마저도 말이죠. 자기소개서는 나를 광고하는 포장지이지만, 그 포장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면서 제 자신의 속내를 더 많이 마주한 것 같습니다.


비록 제 글솜씨가 출중하진 않지만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제 삶 곳곳에 묻어있던 따뜻함을 담으려 했습니다. 그 따뜻함이 제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있는 그것을 발견했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봅니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으로 지금 저는 다른 분들 삶에 묻은 따뜻함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역경 한 번 없이 원하는 대로 잘 살아온 당신이 뭘 알겠느냐. 맞는 비판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제가 짧은 경험을 통해 배운 건, 내 삶의 순간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하면 할수록 생각보다 삶 속에 따뜻함이 많이 묻어있었다는 것입니다.


뜬금없는 교훈을 적게 된 건, 업무 밖의 제 자신이 더 많은 보람을 느낄 방법을 찾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일이 적응됐다고 할 수도 있겠죠. 결혼식까지 올리면 새로운 삶이 펼쳐질 텐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보람을 느낄 방법을 찾고 싶어 졌습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따뜻한 글을 함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기일수도, 자기소개서일수도, 편지일수도 있겠습니다.


그동안 저도 살면서 만난 소중한 것들을 세세히 기록하는데 부족했습니다. 마음은 저 멀리 앞서 걷고 있는데, 몸은 여전히 제 자리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답보상태를 벗어나고자 횡설수설에다가 거창한 이야기를 일단(!) 꺼내고 봤습니다.


결론은 따뜻함이 묻어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저희처럼, 곳곳에서 따뜻한 글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 혹시 그 따뜻함을 발견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저희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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