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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Feb 10. 2019

AI보다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책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독해력이란 뭘까

1. 다음 문장을 읽고, 아래 제시되는 문제를 풀어보시오.

1639년 막부는 포르투갈인을 추방하고 다이묘에게 연안의 경비를 명령했다. 


위의 문장이 나타내는 내용과 아래의 문장이 나타내는 내용은 같은가? ‘같다’, ‘다르다’ 중에서 대답하시오. 

1639년 포르투갈인은 추방되었고 막부는 다이묘에게서 연안의 경비를 명령받았다. 


2. 다음 문장을 읽고, 아래 제시되는 문제를 풀어보시오. 

아밀라아제라는 효소는 글루코오스가 이어져서 생긴 전분을 분해하는데, 같은 글루코오스로 만들어졌지만 모양이 다른 셀룰로오스는 분해하지 못한다. 

문맥을 고려했을 때 다음 문자의 빈칸에 들어가기에 가장 적당한 말을 선택지에서 하나만 고르시오. 

셀룰로오스는 ()과(와) 형태가 다르다. 

① 전분   ② 아밀라아제   ③ 글루코오스   ④ 효소  


두 문제 모두 맞추셨습니까? (정답은 다음 문단 아래에) 


위의 두 문제는 책의 저자인 노리코 박사가 만든 기초 독해력 조사용 리딩 스킬 테스트(이하 RST)의 일부다. 이런 문제들을 통해 그는 사람과 AI(인공지능) 기술의 능력 차이(?)를 가르는 기준을 파악했다. 1번 문제의 경우 ‘동의문 판정’으로 AI 입장에선 풀기 어렵다. 같은 단어는 반복되는데 일부 뉘앙스 차이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AI 번역이 뉘앙스 차이까지 번역을 잘 해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AI가 독해 문제를 쉽게 풀어내지 못하는 건 일자리 위협을 받는 우리에겐 안심거리가 된다. 

(1쪽 문제 1번 답. 다르다 / 2번 답. 전분) 


하지만 충격적으로 우리 인간의 정답률도 높지 않다. 노리코 박사는 일본 초중고교생 2만5000명 정도의 문제 풀이 데이터를 수집했다. 학년별로 정답률을 나누는 등의 작업을 통해 학생들 독해력 파악에 나섰다. AI도 이 문제를 못 맞췄지만 중학생 857명 중 정답률은 57%에 불과했다고 한다. 절반이 1번 문제를 틀린 것이다. 2번 문제의 정답률도 마찬가지다. (책 속에서 저자는 학생들이 대충 푸는 경우, 찍는 경우도 배제했다고 했다)


노리코 박사는 지금의 AI는 ‘AI 기술’로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완전한 AI는 뇌의 활동 구조를 완벽히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노리코 박사가 도쿄대(우리로 치면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개발한 AI ‘도로보군’도 AI 기술이라고 했다. 즉, 현재의 AI는 모두 수학을 기반으로 한 기술의 일부라는 것이다. 더 단호히 말하면 AI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특이점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노리코 박사는 AI 기술에 대해 설명을 이어간다. 도로보군에게 단순 암기 방식 등의 교육을 통해 일본의 수능을 보게 했다. 나름의 성장을 한 결과 일본 입시 상위 20% 수준인 MARCH(대학 약자), 우리로 치면 인서울 정도 할 실력을 갖췄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쌓을 순 없었다. 도로보군은 인간이 수학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판단할 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계산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한 것. 애플 시리가 맛있는 피자집은 찾아도, 맛없는 피자집은 못 찾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맛집 데이터는 많지만 맛없는 집 데이터는 없다) 


이와 함께 노리코 박사는 일본수학회 교육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대학생 수학 기본조사’를 실시했다. 대학생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중에 그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 


문제 : 홀수와 짝수를 더하면 어떻게 될까? 어떤 결과가 나는지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하시오. (문제 일부 손질) 

정답률은 34%에 불과했다. (이 책을 읽은 나도 몰랐다) 서너줄의 논리적 설명으로 충분히 답할 수 있는 문장이었다. 그러나 “3+4=7 이니까‘라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한 학생들이 적잖았다. 


이련 경험을 바탕으로 노리코 박사는 RST를 개발했다. 기초 독해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나온 문제의 결과처럼 학생들의 성적은 처참했다. AI가 인서울할 점수를 얻은 셈이니 그보다 독해력이 떨어지는 학생도 많은 것이다. 단순한 반복 업무를 AI에게 뺏기는 건 기본이고, AI가 할 수 없는 업무조차도 사람이 할 수 없는 수준이 돼가고 있는 것. 


노리코 박사는 우리 아이들 교육의 미래는 독해력, 의미를 이해하는 인재에 있다고 보고 어떻게 하면 독해력을 키울 수 있는지 나름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독서습관, 생활습관, 성별 등에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빈곤이 독해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정도. 그러나 확실한 건 반복과 주입식으로 이뤄진 것들은 반드시 대체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리코 박사가 그나마 실마리로 잡은 건 다독보다는 정독, 심독이다. 


미래로 시선을 돌려보자. 인간이 할 수 있는 남은 일이 분명 있다. 현재 나온 사례들로 보면 한 가지는 돌봄과 육아다. AI가 결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다. 일본의 ‘거의 일간 이토이 신문’은 수첩, 옷, 책 등을 파는 웹사이트다. 소량 생산을 하는 것과 더불어 모든 제품에 스토리가 있다. 공간 셰어링, 기존 가부장제도를 벗어나려는 고학력 남녀의 결혼을 연결해주는 사업 등 다양한 ‘빈틈 파고들기’가 있는 것. 


또 하나 희망을 찾는다면 노리코 박사가 RST를 만다는 과정에서 독해력은 나이가 들어도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독해력을 바탕으로 한 논리력이 부족했던 한 박사과정 학생이 RST 문제 제작, 검토작업에 참여하면서 독해력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8세였다. 


AI 도로보군은 인서울은 해도 서울대에 들어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AI 시대가 오지 않는 건 아니다. 분명히 온다. 그 틈을 뚫을 인간만의 힘 중에 하나는 ‘독해력’이 될 것이다. 행복한 2030년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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