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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Apr 23. 2021

엄마의 마음

엄마의 마음. 우리 엄마의 마음이 아니고 우리 아이의 엄마, 그러니까 엄마로서 내 마음에 관한 얘기다.


요즘 아이가 부쩍 짜증이 늘고 이앓이를 하는 건지 이유식도 잘 먹지 않는다. 하루에 두 끼를 먹이는데 먹일 때마다 온갖 설득과 재롱을 선보인다. 그러다 가끔 먹기 싫다고 숟가락을 탁 쳐서 음식이 쏟아지거나 극렬하게 거부할 때면 솔직히 속에서 부아가 치민다. 잘 먹지 않는 그 자체에 대한 속상함과 더불어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몇 시간들인 정성에 대한 야속함이랄까. 당연히 7개월 아이가 이런 마음을 알리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나대로 속상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돌 전 아이에게 먹는 것과 자는 것은 삶의 전부나 다름 없기에 이유식을 포기할 수 없다. 여러 원인들을 분석해본다. 너무 묽어서 안 먹는 걸까, 알갱이가 너무 큰 걸까, 치즈를 좋아하니까 치즈를 넣어볼까, 시판은 좀 더 잘 먹을까, 배가 더 고플 때 먹여볼까, 아니면 정말 그냥 내가 만든 게 맛이 없는 걸까.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정해보고 그에 맞게 변화를 시도해 본다.

이렇게 잘 웃는 아이인데! 이렇게 잘 웃을 때가 많은데! 엄마가 짜증내서 미안해

이렇게 하고도 잘 먹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조바심이 난다. 말 그대로 애가 탄다. 계속 잘 먹지 않을까 걱정되고 내가 혹시 뭔가 잘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사실 아이들마다 잘 먹을 때가 있고 잘 먹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안다. 이유식 뿐만 아니라 아이의 하루하루 자체가 다양한 변화와 적응의 과정들로 이뤄져있음을 안다. 그래서 그냥 기다리면 될 문제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그냥 '나'로서의 나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고 넘어갔을 텐데 '엄마'로서의 내가 되자 별것 아니었던 것이 중요한 것이 되고 나의 부족함으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검열하게 된다. 남편은 스트레스를 받아 하는 나를 보면서 좀 더 여유를 가지자고 말한다. 그말이 위로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나만 혼자 심각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외롭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참 어렵다. 책임감과 노련함이 무장된 엄마로서 잘 해내야 할 것 같은데(동시에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좋은 엄마 컴플렉스에 갇힌건가?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사회가 만든 모성애가 넘치고 그 모성애로 말미암아 열과 성을 다하는 그런 엄마. 나는 근데 그 정도의 사람은 아닌데, 그걸 왠지 티내면 안될 것 같고 아이가 잘 따라와주지 않는 게 속상하긴 또 속상하고. 그런 것들이 한 데 엉켜서 마음이 무거운 그런 기분.


그리고 또 다른 마음. 

7개월은 아이가 주양육자에 대한 애정과 의존도가 가장 심화되는 시기라고 한다. 그래서 이때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이때 형성되는 애착관계가 돌 이후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요즘 우리 아이도 내가 눈에서 잠시라도 안보이면 나를 찾고, 내가 있는 곳으로 열심히 배를 밀어서 달려온다. 예민할 때는 내가 엉덩이만 뗄려고 해도 울음을 터뜨릴 때가 있다. 1초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하거나 안아달라고만 할 때는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 이 시기가 언제 끝나나 막막한 마음도 든다.


그러다 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아이가 나를 찾으며 정말 숨 넘어갈 듯 서럽게 우는 걸 보았다. 불현듯 이 찰나의 순간이 아이에게는 엄청난 공포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제 막 '분리'라는 개념을 겨우 알아가는 아이에게 나와 남편은 아직 '절대적인 존재'인데 또 내 관점에서만 생각했구나 싶어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내 바지자락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이 아이를 꼭 지켜주리라 비장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빛의속도로 달려와 바지가랑이를 붙잡는다. 그게 참 귀엽기도하고 안쓰럽기도하고.

이렇듯 요즘엔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고, 아이가 잘 크고 있다고 믿어의심치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하고 더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그런데 그러기엔 나도 가끔은 지치는... 그런 복잡하고 복잡한 마음의 연속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이를 키울수록 육아 자체가 힘들다기보다 내가 중심을 딱 잡고 잘 헤쳐가는 방법들을 터득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도 매일매일이 새로운데 엄마로서의 인생은 더 새롭고 하지만 잘 해내고는 싶고. 긍정적인 욕심으로 인한 고민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지나고 나면 또 별일 아닌 일이 될 거고 아이는 잘 자라주었을 테니까.


오늘 막수를 하고 잠들기 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는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책 제목대로 매 페이지마다 '사랑해'라는 단어가 나온다. 너의 코를 사랑하고 너의 눈을 사랑하고 너의 눈물도 미소도 다 사랑한다는 내용이다. 아이가 마치 모든걸 아는 것처럼 사랑해라고 말할 때마다 나를 보며 배시시 웃는다. 그 미소가 너무나 평온하고 충만해보여서 내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였다. 아이가 말을 하진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게 전해졌다. 


그래, 이거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아이와 이런 나날을 더 많이 보내는 데 집중하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더 많이 주자! 모든 재료를 손수 다듬어 완벽한 배합으로 이유식을 만들거나 해박한 육아지식을 갖고 있진 않지만 실제 정글을 방불케하는 돌비사운드급 구연동화와 오은영 박사님도 놀랄 법한 리액션을 나는 갖고 있으니까. 

이렇게 일기를 쓰며 셀프힐링을 한다. 


PS : 아가야... 그래도 밥은 적당히 좀 먹자? 참을 인을 몇 개나 쓰는지 모르겠구나... 사랑한다 우리 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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