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닌지 세 달이 다 되어간다. 8개월부터 다녔으니 꽤 일찍부터 다닌 셈이다. 원래 계획은 복직에 맞춰 돌쯤부터 보내는 것이었으나 원하던 어린이집 자리가 일찍 났고 이번에 놓치면 다시 기회가 올지 확신이 없어 5월부터 아이를 보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직 복직도 안했는데 너무 일찍 보내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쓰이고 아이에게도 미안했다. 같은 반 친구들은 전부 기거나 걷는데 아이는 한창 배밀이를 하던 때라 괜히 친구들 사이에서 주눅 들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정말 고맙게도 아이는 금방 잘 적응했고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
오히려 집에만 있다가 새로운 환경에서 맘껏 놀다와서 그런지 스트레스를 풀고(?) 오는 것 같았다. 어린이집에는 다양한 장난감과 놀 것들이 있고, 집에서는 해주지 않는 촉감놀이 등을 할 수 있으니까 사실 생각해보면 아이도 집에서 엄마하고 매일 있는 것보다 적당히 바깥 생활을 하는 게 더 즐거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더 늘려야한다. 원래는 두세시간 정도만 다니다가 최근에 복직이 당겨지는 걸로 결정되면서 지난주부터 오후 4시까지 꽉채워서 다니고 있다. 복직 후엔 최소 9시간 이상 어린이집에 머물러야 한다. 내가 집에 있으면서 서너시간 가볍게 다녀오는 것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있는 건 분명 다르다. 나와 남편이 회사를 가면 아이도 무조건 가는 거니까 이제 아이에게 어린이집은 적당히 놀고 오는 곳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이 된다.
원래 복직은 하는 거였고 휴직 중에도 한번도 일을 관둬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는 것도 당연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지금도 이 부분은 여전히 같은 마음이다. 그럼에도 태어난 후로 지금까지 매일 붙어 있다가 이제 종일 떨어져 지낸다 생각하니 마음 한 편이 섭섭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복잡하다. 내가 아이에게 미안해 할수록, 아이를 안됐다고 생각 할수록 아이는 정말 더 그런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쿨하고 자연스럽게 넘겨보리라 다짐했건만 쉽지가 않다.
어린이집 원장님과 복직 문제로 얼마 전에 상담을 한 적이 있다. 갑작스럽게 회사에 빨리 출근을 하게 되면서 생긴 이런저런 고민들을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그래서 우리가 있는 게 아니겠냐고, 마음 놓고 회사에 가셔도 된다고 위로해주셨다. 덧붙여 아이는 엄마의 눈빛이나 심장소리만으로도 엄마가 지금 불안한지 평안한지 다 느낄 수 있다고 아이에게 불안함을 너무 드러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맞다. 아이는 다 느낀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불안한지를 모를뿐, 아이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다 느낀다. 그리고 이내 아이도 불안함을 표출한다. 아직은 아이가 슬픈 감정도 화나고 무서운 감정도 몰랐으면 좋겠다. 그러기엔 아직 너무 어리고 작고 약한 아기니까. 그러니까 나도 너무 티내지 말아야지. 씩씩하게 복직 준비를 잘해서 아이와도 아침마다 의연하게 헤어져야지. 이렇게 또 다짐한다.
가끔 상상하곤 한다. 아침에 아이와 함께 문을 나서며 아이의 옷 매무새를 잡아주고 아이를 힘껏 안아주고 오늘 하루도 잘 보내보자,라고 밝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그리고 얼른 일을 마무리하고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집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자기 전 한 시간이라도 아이와 온전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그려본다. 힘에 부칠 때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그런 책임감을 안고서 세 식구가 함께 할 삶이 설레기도 한다.
그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면 우리 모두 어느 순간 함께 쑥 자라있을 거라 믿는다. 몇 주 후면 일하고 있을 내 자신에게도,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