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건강검진 결과로 인한 세 차례의 병원 재검이었다.
5월 말쯤 오랜만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임신/출산 후 처음 받는 거라 그동안 몸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지 궁금했다. 워낙 건강체질이고 지금 딱히 아픈 곳이 없기에 예년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든 성인이 다 갖고 있다는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 정도나 나오겠지 하면서.
막상 결과지를 받아보니 여기저기 문제가 생긴 곳이 많았다. 콜레스테롤 수치부터 공복저혈당, 인(P) 수치, 안구 노화(이게 제일 어이 없고 슬펐...) 등등. 이 중에서도 갑상선 항진증 의심과 유방에 혹이 8개나 있다는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다. 건강검진센터에서도 이 두 부분은 지체하지 않고 재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아이를 잠시 맡겨두고 동네에 있는 영상의학과와 내과를 다시 방문했다.
유방결절은 실제로 6개 정도 있는 걸로 나왔는데, 크기가 크지 않고 악성으로 보이지 않아서 우선은 추적검사만 주기적으로 잘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6개월 뒤 재검을 받기로 하고 내과로 나섰다. 다시 피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갑상선 항진증이 맞았다. 만약 갑상선 항진증이 맞으면 약을 먹으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진단을 받고 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러 걱정도 되었다.
병원에서는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서 약을 하루에 한 알만 먹으면 된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갑상선 관련 질병은 보통 늦게 아는 경우가 많아서 하루 여섯알부터 시작하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적기에 건강검진을 잘 받은 것 같다고 하셨다. 어쩐지 건강검진을 빨리 받고 싶더라니! 나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오는데 왠지 모르게 울적했다. 갑상선 문제는 가족력이 대부분이라는데 엄마와 언니는 한번도 갑상선에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단다. "그럼 혹시 출산 때문일까요?"라고 여쭤보니 직접적인 인과성은 없다고 하셨다. 다만 '아마도' 출산 또는 무언가로 인해 면역체계가 바뀌었을 수는 있고 이것이 갑상선 항진증을 유발했을 수는 있다고 하셨다.
지금은 다 괜찮아졌지만 출산 초기에 30시간 가까운 진통으로 인해 여러 후유증을 앓았던 적이 있다. 회음부에 피가 고이기도 했고 요실금 증상도 있었고 온몸이 욱신욱신 쑤시고 허리도 아팠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아이를 얻었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고통 때문에 한동안 꽤 우울했다. 내 몸인데 정작 내 몸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변했는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 외에는 알 길이 없었다.
'출산은 원래 목숨 걸고 하는 거다, 그래서 엄마는 위대한 거다'라고 말할 때마다 비장함과 책임감 보다는 마치 출산이 엄마들 혼자 짊어져야하는 일인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썩 편치 않았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여기저기 몸이 고장나고 감정적으로도 힘들다보니 '출산은 원래 그렇다'는 말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내게 자연분만이 '대체로' 좋긴 하지만 '긴 진통시간을 겪은 자연분만'은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더라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어쨌든 출산 직후에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기억이 나면서 이번에 진단받은 갑상선 항진증을 비롯해 최근 1~2년 사이에 몸에 변화가 생기고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결과를 받아 보니 여러가지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 싶으면서도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싶고. 하지만 육아에는 '연차'도 '일시정지'도 없어서 다시 정신 다잡고 내 건강은 내가 잘 추스려야겠다 싶고.
이후에 추가로 진행한 항체 검사에서 항체가 모두 정상으로 나와 약 복용은 중단한 상태다. 대신 한 달 뒤에 다시 내원해서 재검사를 받기로 했다. 몸아, 속에서 대체 어떤 일이 생기고 있는거니~~~~ 수치는 항진증이 맞는데 문제가 있는 항체는 없다니. 선생님도 정말 드문 케이스라고 계속 추적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일 년에 병원을 한 번이나 갈까 말까한 나는 건강염려증은 커녕 건강불감증에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나이도 들었고 내가 책임져야할 식구도 생기니 내 몸에 대한 생각도 예전같지 않다.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건강염려증이 생겼나 싶을 정도로 요즘엔 조금만 피곤해도 이런 저런 의심을 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난 후 생기는 책임감에는 단순히 아이를 잘 키워야겠다는 범주를 넘어서 아이가 무탈하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요소, 그러니까 나와 남편의 건강과 컨디션 등등이 모두 포함되는 것 같다. 살면서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특별히 해본 적이 없는데 우리가 아프면 아이가 외로울테니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안 좋은건 최대한 지양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지. 우리 아이랑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