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연하 짝꿍의 열여덟 번째 편지
브라이스에게
오늘 신문을 보다가
박범신 작가의 신작 <당신>과
관련된 기사를 보았어.
작가가 직접 인터뷰한 내용도 함께.
<당신>이란 책은
노년과 애도와 죽음이
소재가 된 '사랑'이야긴데,
작가가 소설 후반부의 한 문장을
쓰다가 이 낯간지러운 제목을
달기로 마음 먹었대.
그러면서 '당신'을 이렇게 비유했지.
"그늘과 양지, 한숨과 정염,
미음과 감미가 더께로 얹혀
곰삭으면 그렇다.
그것이 당신일 것이다."
동시에 '당신'이란 말이
꼭 아내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며,
사랑하는 이웃, 어린 자식들,
다시 못 보는 제자들,
돌아가신 부모님도 들어간다고 했어.
사랑했지만 너무나 과오가 많았던
사랑에 대한 회한과 반성이랄까.
작가는 덧붙여
"글쓰기와 사랑은 본질이 같다.
내 전부를 요구하지.
원고지는 내 모든 정열과
에너지와 진실을 다 기록하게 한다.
사랑하는 여자도
나의 모든 걸 요구한다.
나의 죽음, 멸망을 요구한다.
나 또한 안 그런가."
글쓰기와 사랑은 본질이 같다.
이 문장을 보는데 뭔가가 쿵하고
내 마음을 치는 기분이었어.
나에게도 여러 사랑이 있겠지만,
그 중 큰 부분은 너일테고,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항상 진실되고
온전하고 완전한 사랑을 요구하지.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사랑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여기서 파생되는 모든 것에
내 감정과 생각, 어쩌면 미래까지
흔들리게 되는.
글쓰기도 그런 것 같아.
온 마음을 다해 쓰게 되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잘 되지 않을 때
밀려오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은
때론 날 공허하게 만드니까.
단 1분이라 할지라도
글을 쓰는 그 순간엔
모든 것을 다 털어넣어야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나를 만족시키는 무언가가
탄생한다는 점에서
사랑과 글쓰기는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에게 사랑은 '당신'이니까,
결국은 다 같다고 할 수 있겠지.
글을 자주 쓰는 너에게도
이 문장들은 여러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해.
너에게 글쓰기,
그리고 당신은 어떤 의미야?
줄리,
오늘 그 멋진 기사를
보내줬을 때 참 고마웠어.
글쓰기와 사랑은 서로 통하는 존재였다니.
나에게 따뜻하지만 따끔한 펀치 한 방이
날아온 기분이랄까?
맞아, 글쓰기와 사랑, 그리고 당신.
글쓰기는 내가 평생 닿고 싶은,
그러나 닿기 힘든(!)
평생을 알아가고 싶은 당신이야.
이 말은 바꿔말해
'사랑' 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말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모든 이에게 글쓰기가
사랑은 아닐거야.
글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은
나와 줄리에게 글쓰기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가야하는
동반자이자 사랑이 되겠지.
누구에게나 이런 사랑의 존재가 있어.
자신의 평생을 바치고 싶은 그런 것.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가장 애틋하면서도 존칭인
'당신' 이라는 호칭을 붙이게 되는 것.
오늘 낮에 갔던
보리밥과 칼국수의 장인 어머님에게는
음식과 손님들이 당신일 수 있겠고,
매주 새 책을 들여와 깔끔하게
신간 코너에 진열하는 사서 분들의
당신은 평생을 바칠 도서관과 책이
될 수 있겠지.
우리의 당신이 무엇이 될 지는 아마
줄리도 잘 알거야.
부디 우리가 꿈꾸던 그것이
언젠가는 친근히 부를 수 있는
당신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평생 알고 싶은 당신을 향해
함께 달려갈 수 있는
지금 내 옆에 있는 당신이지.
그리고 그 사람에게는 당신이 아닌,
'우리'라는 말이 붙을거야.
줄리와 나는 그런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오랜만에 들었던 노래,
코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가
생각이 나!
자기 전에 한 번 들어봐.
우리의 시간이 매일 더 아름다워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