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연하 짝꿍의 서른한 번째 편지
줄리, 안녕!
모처럼 너를 기다리며
벌써 서른한(써리원) 번째 편지를 쓴다.
우리의 기억이
벌써 이렇게 차곡차곡 쌓이다니 놀랍지?
앞으로 우리의 대화가
백 개, 천 개로 흘러가길 바라 :)
오늘 나는 '기다림'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해.
우리가 항상 붙어 있다보니
생각보다 서로를 기다려본 일이
많지 않았잖아.
이번에 줄리가 친구들과 여행을 간 덕분에
난 줄리가 너무나 보고팠지만
기다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어.
며칠 간 못 본 사랑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일, 이것도 꽤
설레는 감정이더라구..!
(그렇다고 자주 떠나라는 건 절대 아냐.
내 맘 알지?)
그냥 몇 시간 후면
줄리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기다리니까,
지금 난 참 행복해.
누군가 내게 시간의 또다른 이름에 대해
일러줬는데, 두 가지 이름이야.
한 가지는 크로노스.
1년은 365일이고 1일은 24시간,
1시간은 60분인, 절대적인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래.
또 하나는 카이로스야.
이것은 시간의 질적인 측면을
의미한다고 하더라구.
예를 들면 순간의 찰나로
버스를 놓치게 된 1초라든가,
원고 마감일을 기다리며 버티는
시간들이라든가,
고백을 앞두고 상대방을 기다리는
1분이라든가....!
카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대.
즉, 우리의 시간은 기회인거지.
특히 시간을 선용해야하는
우리 둘에게 있어
시간이 기회라는 말,
카이로스라는 단어는
꼭 필요한 말이라 생각해.
지금 내가 너를 기다리는
이 설레는 시간도
우리의 마음을 더 깊게 만들
또 하나의 카이로스지.
만나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카이로스일 것이고.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함께 보낼 시간들도
카이로스이길 바라:)
곧, 만나자!
브라이스에게
나를 기다리며 이런 멋진 편지를
써주었구나.
그런데 나는 이번에
'또' 기다리게 만들었네...
답장이 이렇게나 늦어졌으니말야.
너 말대로 우린 거의 붙어있다보니
따로 떨어져지낼 일이 드물었는데
나름 해외로 여행을 가면서
거의 처음으로 전화 통화도,
메신저도 하지 못했던 날들이었어.
그래서였는지 일요일에 만났을 때
어찌나 반갑던지.
비록 내가 '떠난' 사람이었지만
나도 너를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렸었나봐.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해주던
너의 미소가 아직도 기억이 나는구나.
신이 나서 짐을 풀며
내가 사가지고 온 선물들도 보여주고
서로 반가워서 계속 헤헤 웃었잖아 :)
정말 짧게 보는 건데도
여행에서 다녀온 나를 보겠다고
달려와준 너.
우리 둘의 약속이 있을 때도,
어딘가에 함께 참석하는
모임이 있을 때도
늘 너가 기다려주고
환하게 나를 반겨주곤 하지.
정말로, 항상 고마운 마음이야.
나의 목적지에 누군가가
언제나 나를 기다리며
서있을 거라고 기대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든든하고 따뜻한 일이니까.
시간의 크로노스도 중요하겠지만,
너의 말대로 시간의 카이로스가
어쩌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늘 얘기하는 '밀도있는 시간'과도
맞닿아 있는 일이기도 하고.
너의 카이로스가 더 잘 지켜질수 있도록
나도 너를 너무 기다리게 하지 않을게.
항상 발맞춰 걷고
때론 설레는 마음으로
내가 너를 기다리며
크로노스도, 카이로스도 모두 다
멋지게 채울 수 있기를!
그리고 이젠 당분간 떠나지 않을게 :)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