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연하 짝꿍의 서른 세번째 편지
줄리, 안녕!
오늘 모처럼 조용히 음악을 틀어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어.
항상 집에만 오면 늘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브런치를 쓰는
뜻깊은 일을 해서 기쁘다.
컴퓨터로 브런치를 하는 김에
우리가 써왔던 글을 쭉 훑어봤어.
생각보다 많더라구!
그리고 우리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더라.
서로에게 노래 가사도 보냈고,
관찰한 것을 이야기 해줬고,
신문 기사/책 속에서 만난 글들을
알려주기도 했어.
또 시를 나누기도 하며
우리의 생각과 감성을
참 많이 공유했지.
너와 뜻깊은 기록들을
남길 수 있었단 것에 새삼 감사했어.
우리가 나눠왔던 것들과
보내온 시간들이 스르륵
스쳐지나가다보니,
왜 요즘 우리가
서로에게 글을 뜸하게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신기하게도 우리의 사이는
더욱 깊어졌고, 우리는 더 친해졌고,
보내는 시간도 더욱 많아졌는데,
(대신 함께 있는 시간동안
각자의 할 일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지!)
이전에는 열심히
말해주고 싶었던 소재가
이상하게도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었어.
왜 그럴까,
우리가 서로에게 보내는 글의
방식이 변해야 하는걸까, 생각하다
우리의 이전 글들을 보며 깨달았어.
알고보니, 우린 닮아가고 있었어.
기억나?
어느 날 가게에 들어선 우리를 보고
넉살 좋은 안주인이
둘이 부부(부끄럽..)냐고 물었던 적.
우리는 멋쩍게 웃으며
부부는 아니고 연인이라고 말했지.
안주인께서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두 분 되게 오래되어보인다고 했었고.
사실 우린 오래된 커플은 아닌데 말야.
그 때 우리도 신기해했잖아.
아, 우리가 밀도 있게
시간을 보내서 그런가?
그래서 금방 서로 닮은 걸까?
아니면 닮은 사람을 서로 알아본걸까?
하는 정답없는 질문들을 던졌었지.
나는 둘이 닮았다는 경험을
우리의 이전 글들을 보면서 다시 했어.
분명 내가 쓴 부분과
줄리가 쓴 부분이 나뉘는데,
스르륵 읽다보면
내가 썼나? 싶은 부분이 있더라구.
우리의 말투가 닮아가더라, 어느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어. (긍정적으로)
우리가 이렇게도 닮아가는구나.
괜히 소름이 돋기도 하고 말이지 :)
원래 컴퓨터에 앉을 때만 해도
난 소음처럼 다가오는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우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와 같은
심각한 주제를 꺼내려 했는데,
우리의 이전 글들을 보면서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경험을 했어.
조용한 기타 연주가 흐르는 오늘 밤,
새삼 서로 닮아가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나의 넋두리와 같은 글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한 사람은 행복하게
할 수 있을거라 믿어.
내일도 우리 반갑게 만나자.
'닮아간다는 것'에 대한
줄리의 생각이 궁금하다.
답장 보내줘! 그럼 안녕 :)
브라이스에게
너의 편지를 보면서
나도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어.
뭔가 쑥스럽기도하고,
기분이 좋기도하고,
진짜 그런가?하고
되새겨보기도 했거든.
신기한 게 나도 예전 글 읽다가
내가 썼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브라이스 글이었던 게
꽤 있었던 거 알아?
우린 말투나 표현법이
비슷한듯 다른데
정말 서로를 무의식 중에
닮아가고 있었나봐.
난 가끔 친한친구와도
자매냐는 얘길듣곤 하는데
'닮는다'는 건
꼭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외적인 모습이 아니어도
그 사람의 분위기, 미소 등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스며듦으로써
가능한 일이기도 한 것 같아. 그치?
그런 점에선
우린 분명 닮아가는 걸테고,
닮아갈 수밖에 없을거고 :)
아직은 조금 쑥스럽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정말 마음으로
더 가까워지고
그 자체가 되는 것 같아 참 좋다!
앞으로도 서로 더 예쁘고 긍정적으로
닮아가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