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되는 것'에 관하여

네 번째 편지

by 브라이스와 줄리

브라이스에게


오늘 하루 어땠어?

많이 피곤해보여서 걱정했어.

나 때문에 저녁도 늦게 먹고.

(미안해..)


오늘은

'일상이 되는 것'에 관해 얘기해볼까 해.


일부러 '일상이 되는 것'의 주어는

정하지 않았어.

나를 이루는 모든 게

주어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브라이스와의 시간,

부모님과의 유쾌한 대화,

아침 운동, 신작 영화들, 라디오 방송,

그리고 규칙적으로 찾는 곱창들까지.

모두 다 말야.


나에게 일상이 되는 이 모든 것들은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면서도

스스로 자꾸 경계하게 되는 존재야.

나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와 늘 함께하는 것들이면서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자칫 이들을

당연하게 생각할까봐

가끔 흠칫 놀라 뒤돌아보곤 하거든.

혹시 내가 상처준 건 없을까,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하다가

갑자기 사라지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이렇게 보니,

난 참 겁쟁이인 것 같기도 해.

부쩍 브라이스한테 쓰는 편지엔

그런 모습들이 많이 드러나네.

평소엔 잘 보이지 않는 모습들...


사실 어쩌면 오늘도 그랬어.

브라이스가 늘 기다려줄 거라고,

내가 조금 늦어도 이해해줄 거라고

은연 중에 그렇게 생각한 건지도 몰라.

그래서 그게 참 미안했어.


엄마 아빠의 한결 같은 안부전화,

브라이스가 자주 선물해주는 꽃,

회사를 관두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살고 있는 나의 삶,

전화 한통이면 언제든 달려와주는

친구들까지.

모든 게 나의 규칙적인 일상들에

속해 있는 것들이지만,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만 여기지 않아야지.


오늘도 그런 다짐을 했어.

매 순간을 의식적으로 하나하나

다 느끼며 살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이유로,

가벼이 생각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오늘은 조금 난해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 미안하네.

그래도 물어볼게.


너에게

'일상이 되는 것'의 의미는 뭐야?


줄리에게


사진 참 예쁘다.

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그런 힘이 있는 사진이야.


일상이 되는 것이라...

쉬운 질문은 아니네 :)

그렇지만 답할 수 없는 질문은

아닌 것 같아.

지금도 머릿속에서는 일상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여러 단어가 가지를 뻗어가고

있으니까!


일단 오늘 나도 징징거려 미안해.

굶는 것이 쉽지않아서

예상치 못한 굶음 앞에서 난 또..

힘들어했어.

어쩌면 굶음이 일상이지 않은 것도

오늘 주제와 통하는 부분이 있겠네.

밥을 먹는 것이 일상인게 새삼 참 감사해.


길었던 서론을 넘기고,

일상이 되는 것.

주체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일상이 된다면 그건 나한테 '감사'야.


줄리가 말해준

라디오, 맛있는 음식,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처럼 말이지!

그 모든 것이 내 일상이 된다면

난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아.


하지만 우리가 두려운 건,

일상이라는 단어 안에 숨겨진

반복이라는 말이 가진 힘이겠지.

반복은 우릴 지루하게 만들고,

지치게 만들곤 하잖아.

일상이라는 단어만 봤을 때는

몰랐는데, 반복이라는 단어는

보기만 해도 뭔가 지쳐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참 언어의 힘이 신기하지?


정리하자면

일상은 주로 나에게 감사할 것이지만,

반복이라는 단어가 끼어들면서

나도 모르게 지루함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그런 묘한 힘이 있는 개념이야.

하지만 나는 종종

일상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곤 해.

(사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진짜

일상의 의미야)


줄리가 건네준 김밥에서 느껴진

평소와 달랐던 맛,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공부했지만

오늘은 지쳤었다고 말한

어제와는 다른 기분,

매일 같이 이야기를 나누지만

시시 때때로 변하는 나의 감정,

또 내가 좋아하는 여러 사람들과

존재들과 일상적으로 보내는 순간에

스치듯 발견하는 무언가들.


이 모든게 일상이 아니고선

알 수 없는 것들인 것 같아.

그래서 일상은 내게 참 소중해!

일상이 없다면 난

존재의 소중함도 모르고,

익숙함 속에 발견하는 새로움도 모를거야.


앞으로 우리 계속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해나가자.


두서없는 글이지만

진심이 전해졌길 바라.


나의 일상이 되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