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에 관하여

연상연하 짝꿍의 마흔 번째 이야기

by 브라이스와 줄리

줄리, 안녕.

오늘도 무사히 보냈는지 궁금하다.

마흔 번째 편지의 주제로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를 해보려 해.


나는 오늘 평소와는 다른 오전을 보냈어.

매일 가던 도서관이나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행선지로 택했지.


그곳은 돌아가신 어떤 분을 위한 추모 공간이었어.

지난 3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과 용답역을 잇는

장안철교에서 보수 공사를 하다

10m 아래로 떨어져 세상을 떠난

한 20대 노동자를 추모하는 곳이었지.


오늘은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날이었고,

엊그제부터 그 소식이 마음에 걸렸던 나는

그 분을 기억하고자 하는 곳을 가보고 싶었어.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꼭 한 번 그 분을 위해

기도하고픈 마음이었어.


아침 일찍 채비를 마치고,

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용답역을 향해 움직였어.

추모 공간은 용답역으로부터도

약 1km 떨어진 자전거도로 인근

장안철교 기둥.


꼬박 1시간을 넘게 이동해

추모공간에 다다랐어.

운동하는 사람 말고는 조용한

하천 옆길을 지나

도착한 추모 공간은 소박했어.


국화와 함께

'기억하겠다'고,

'이 사회를 바꾸겠다'고,

'잊지 않겠다'고,

'미안하다'고

남긴 이들의 메시지를 보면서

먼저 나는 기도를 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드라마도,

소설도 아닌

일면식 없는 누군가의

진짜 '죽음'을 기억하는 현장을 보면서

더이상 어떻게 할 말을 찾지 못했어.


대신 내가 그 분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보다가

바닥 이곳저곳에 흩어진

추모 관련 A4용지들이 눈에 보였어.

"장안철교 추락사고로 희생된

청년의 죽음을 애도해 주세요"

라는 문장이 바람에 날려

조각나 있었지.


나는 다른 할 일을 찾지 못해

바닥에 흩어진 종이를 다시 벽에

붙이는 일을 했어.

바람이 거세게 불 때마다

흔들리는 추모공간을

조금이라도 정돈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어.


자전거를 타며 지나는 사람들을 등지고

종이를 붙이고, 정리하고 난 뒤

다시 내 삶으로 돌아왔어.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

죽음을 애도한다는 것.

그 사람이 '내 사람'이든 아니든

그 죽음의 무게를 인지한다는 것.


사실 죽음을 말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워.

행여 오해를 사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


하지만 분명 느낀 것이 있어.

다른 모든 이야기는 마음 속에 묻어둔다더라도.

이 다짐은 꼭 이야기하고 싶어.


앞으로

이런 슬픈 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재 숨쉬고 있음에 감사하며

변화를 늘 도모 해야겠다는 것.

그것이 오늘

추모를 다녀오면서 느꼈던 것.


줄리는 어떤 마음인지 궁금하다.

브라이스에게

어제 의미있는 곳을 다녀왔구나.


사실 브라이스는 저곳에 가기 전에

나에게 추모글 남기고 싶은 거 있냐고 물었지.

나는 무엇을 남겨야할지 모르겠다며

결국 빈 칸으로 답장을 보냈고.


그리고 너가 얼마나 조심스런 마음으로

이 글을 썼는지도 알아.

나에게 편지를 남겼다고 하면서

정말 어렵게 말을 꺼냈으니까.


나 역시 지금 그런 감정인 것 같아.

당연히 가슴아프고,

또 저분을 위해 기도하지만

한편으론 자꾸만 쌓여가는

내 마음 속 부채의식을 보며

어딘가 모를 찜찜함과 안타까움, 한숨,

그런 것들이 뒤섞인 기분이랄까.


차마 "다신 이런 일 없게 할게요"라고도

못하겠어. 자신없거든 솔직히.

그렇지만 그럼에도 기억하고 다짐해야겠지.

그리고 가능한, 다신 반복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하고 또 노력해야하고.


자꾸만 기억하고 다짐해야할 것들이 늘어나서

마음이 참 그렇다.


친구들과 곱창을 먹을 생각에 주말을 기다렸을,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상상하며 기뻐했을,

그리고 아직 채피워보기도 전에 눈을 감았을

그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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