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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Jan 15. 2017

죽음이 있는 곳에서 피어난 아이러니

평소였으면 평화로웠을 일요일에 문득

원래 나의 일요일에는

고정적인 시간들이 박혀 있었다.

고쳐 볼 생각을 해본 적도, 고칠 수도 없는

그런 시간이었는데

직업, 직장이라는 것이

한 순간에 삶을 뒤집어놨다.


오늘 내 일요일 아침 행선지는

장례식장이었다.

사람들의 삶이 이미 스러진 곳,

때로는 급작스럽고,

때로는 예견돼있던

이별의 장소에서

난 의외로 그런 생각

빠질 겨를이 없었다.


근 12시간을 장례식장 지하에서

난 산 사람을 찾아 뛰어다녔다.

처음엔 망자에 대한

죄송스러움이 들었는데,

금세 그걸 잊어버리고

그를 찾아 온

산 사람을 쫓아다니는 나를 보며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따금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얼굴이 벌게져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내 임무에 몰입한 내 모습을 보면서

잔인하게도 느껴졌다.

참 인간들의 모습이 그렇다.


예전에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친구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황급히 장례식의 일들을 돕고,

화장터에 따라가

하염없이 절차가 끝나길 기다리면서

의외로 홀가분해 하던 표정의

유가족들을 본 적이 있다.

그땐 그런 생각을 했다.

의외로 죽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산 사람들이 가장 활발히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


오늘도 그랬다.

급작스럽게 병으로 떠난

어떤 분의 상가에서

사람들이 계속 나눈 대화는

'건강'이었다.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물론 돌아가신 분들을 부러 잊자는 건 아니다.

떠난 분에게 예의를 차리고,

상심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건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그걸 넘어서 다음은 '산 사람'으로 향한다는 것이

참 신기한 섭리였다는 것이다.


여전히 내 깨달음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게 감사하다.

생각을 멈추지 않겠다.

장례식장에서 오롯이 보낸 일요일을 마치며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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