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였으면 평화로웠을 일요일에 문득
원래 나의 일요일에는
고정적인 시간들이 박혀 있었다.
고쳐 볼 생각을 해본 적도, 고칠 수도 없는
그런 시간이었는데
직업, 직장이라는 것이
한 순간에 삶을 뒤집어놨다.
오늘 내 일요일 아침 행선지는
장례식장이었다.
사람들의 삶이 이미 스러진 곳,
때로는 급작스럽고,
때로는 예견돼있던
이별의 장소에서
난 의외로 그런 생각에
빠질 겨를이 없었다.
근 12시간을 장례식장 지하에서
난 산 사람을 찾아 뛰어다녔다.
처음엔 망자에 대한
죄송스러움이 들었는데,
금세 그걸 잊어버리고
그를 찾아 온
산 사람을 쫓아다니는 나를 보며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따금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얼굴이 벌게져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내 임무에 몰입한 내 모습을 보면서
잔인하게도 느껴졌다.
참 인간들의 모습이 그렇다.
예전에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친구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황급히 장례식의 일들을 돕고,
화장터에 따라가
하염없이 절차가 끝나길 기다리면서
의외로 홀가분해 하던 표정의
유가족들을 본 적이 있다.
그땐 그런 생각을 했다.
의외로 죽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산 사람들이 가장 활발히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
오늘도 그랬다.
급작스럽게 병으로 떠난
어떤 분의 상가에서
사람들이 계속 나눈 대화는
'건강'이었다.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물론 돌아가신 분들을 부러 잊자는 건 아니다.
떠난 분에게 예의를 차리고,
상심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건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그걸 넘어서 다음은 '산 사람'으로 향한다는 것이
참 신기한 섭리였다는 것이다.
여전히 내 깨달음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게 감사하다.
생각을 멈추지 않겠다.
장례식장에서 오롯이 보낸 일요일을 마치며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