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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Feb 18. 2017

멜로디에 대해

간만에 음악이 흐르는 밤에 문득

모처럼 혼자만의 밤을 보냈다.

방문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그동안 누르지 않았던 음악 앱을 실행했다.


예전 같았으면 고대하며 들었을

개인적 취향들의 신곡들을 틀어놓고

흐르는 멜로디를 듣자니

잊었던 감상, 순간들이 스멀 올라왔다.


2년 전 내가 밤마다

작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다며

애쓰던 마음, 그때 음악을 들을 때의 감정,

설렘이 채 가지 않은 마음을 안고 걸었던,

가로등 떠있던 연남 경의선숲길의 장면 등등이.


그저 평소보다 좀 더 차분한 밤에

따스한 멜로디 하나 추가됐을 뿐인데

다른 세상에서 느꼈던 기분이 피어오르는 건

어떤 연유에서일까.


삭막하게 메말랐던 감성을

사소한 계기로 되살리는 일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어제 간만에 만난 친구가 술잔을 들고

"누군가(사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했어. 샤워 할 때라도 멜로디를

흥얼거려라"

이 말은 (내 자의적 해석에 따르면)

샤워실에서 흥얼거린 멜로디만으로도

내 삶에 다채로운 빛이 피어날 수 있다는 것.


그간 난 메말랐던 것이 확실하다.

물론 그 메마름에서 내가 얻고 배운 것도 있었다.

그러나 다채로운 감정의 빛깔까진 얻지 못했다.

사람의 삶이 한순간에 휙휙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 삶을 때론 제자리에 돌리기도,

아니면 추억 속으로,

또는 미래의 상상 속으로 보내는 힘이

멜로디엔 있다고 믿는다.


이전엔 몽글몽글이라는 단어가

참 예쁘고 좋았다.

잠시 어딘가 서랍 속 넣어두었던

몽글이라는 단어를 슬며시 꺼내놓고 싶은

조용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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