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메마름

연상연하커플의 마흔여덟 번째 편지

by 브라이스와 줄리

줄리, 안녕.

오늘은 좀 담백하게 써보려고 해.

사실 요즘 너무 정신이 없었어.

세상을 바꾸는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해보려고 열심히 살다보니,

감정이 메말랐다는 걸 고백해.


더욱 나의 메마름을 부각시킨 건

우리 편지의 경쟁자가 생기는 바람에ㅎㅎ

아주 담백한 대화들이 오가지만

꿀이 뚝뚝 떨어지는 이들의 편지를 보자니

새삼 줄리가 최근

내 애정이 식었다며 타박을 주던게 이해되네.

(난 요새 술이 뚝뚝 떨어지는 삶을 산 듯)


아무튼 감정이 많이 메말랐다는 걸 인정해.

예전엔 술술 써지던 편지들의

문장이 턱턱 막힌다고 느껴질만큼.

그렇지만 아침에 지하철에서 졸면서,

점심 때 급히 밥을 해결하러 뛰어가면서,

술에 절어서 취한 채 줄리 번호를 누르면서,

이것 말고도 수없이 많은 순간에 줄리를 생각해.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처럼 느껴지겠지만ㅎㅎ)


뭔가 쿨하고, 담백하게 쓰려고 하는데 잘 안 되네.

오랜만에 평화롭게 카페에 나란히 앉은 오늘,

생뚱맞게 게임기가 놓여 있는 걸 보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줄리랑 하면 재밌겠다'

그럼 답장 기다릴게, 안뇽.



브라이스에게

요즘 많이 바쁘고 정신없지?

흐아 나도 그래.

10시만 되어도 졸음이 쏟아지고

사실은 월요일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아직 11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꾸벅꾸벅...


요새 자주 못보다보니

내가 브라이스한테 뭔가 마음이 식은거 같다는둥

표현이 줄었다는둥 볼멘소리를 많이 했는데

주말동안 다시 표현 많이 해주고

브라이스 마음 정성껏 표현해주려고 해서 고마워.


역시 자주 봐야 하나봐.

매일같이 보진 못해도

기회가 될 때는 최대한 얼굴 보려고하고

만나서 직접 얘기나누고 표현해야

그때그때 작고 사소한 위기들은 털고 가는 거 같아.


디테일(?)하게 너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해달라고 하는 나에게

너는 늘 '그건 기본'이기 때문에

굳이 말로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그 마음 당연히 잘 알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을 혼자만 알고 있으면

내가 알아챌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아.

가끔은 이번 일기처럼 좀 더 표현하고

먼저 제안해주고 사랑스럽게 많이 바라봐주기.


지금 일기가 좀 오락가락하는 거 같네...ㅎㅎ

절대 대충 써서가 아니고....(뜨끔)

꾸벅꾸벅 졸면서 쓰다보니... 히히

나도 항상 고맙고 표현 더 많이 할게.

우리 당분간 또 못보겠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힘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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