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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Mar 29. 2017

잠깐 빌릴게

카톡을 하다 문득

*이 공간은 브라이스의 공간이지만 오늘만 잠깐 빌릴게.


길고 긴 일기를 거의 끝까지 썼다가 다시 지워버렸다.

하지만 한번 토해낸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나아진 기분이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사람이 아닌데도

문득 떠올라 연락을 하게 되고,

또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위로를 얻는.

내 문제를 해결해줘서라기보다

머리를 식혀준다고 해야하나?

그런게 가끔 위로로 다가올 때가 있다.


"자기 시간이 필요해. 없으면 너무 각박해져."

"고민도 시간이 있어야 고민을 하지."

"너는 너 자신과 삶에 대해 고민하는 걸

좋아하는 앤데 그걸 못하니 답답한 거."

"내가 사실 안정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실망이야.. 그랬다가도 또 안정적이면

내가 너무 안주하나? 가만히 못있겠고

근데 그건 정말 밸런스의 문제인 듯.

극과 극으로 살 수는 없어."

"자꾸 고민만 길어지고 내 문제로 파고들면 끝이 없고 힘들어."

"어쨌든 너 스스로는 뭔가 깨나가야해."

"그리고 그 방법은 너만 알고 있고."


답정너라는 걸 알면서도 내가 듣고 싶은 말들을

온 진심을 담아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넌 현명한 아이야. 걱정하지마'라는 따뜻한 말까지.


이 직업을 하면서 가장 괴로울 때는

'나다움'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다.

27년 동안 가져왔던 나라는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을

최근 1년 동안 수없이 수정해야 했다.

대체로 좋지 못한 방향으로의 수정이었다.


그럴 때마다 탈출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지금 딱 그 기로에 서있는 것 같다.

단순히 회사를 관둔다, 관두지 않는다를 떠나서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가보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늘 중심에 두려고 했던 내가

계속해서 이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


내가 너무 나를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작은 것에 짓눌려 큰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그리고 싶은 삶을 펼치지 위해 택했던

그저 '수단'일 뿐인 이 직업에

내가 너무 많은 의미와 에너지를 걸고 있지는 않은지.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겠지만

분명 나는 지금의 나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아직 그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일단 오늘은 따뜻한 물에 족욕을 해야겠다.

수북이 쌓인 싱크대 안의 그릇들도 씻어야겠다.

기분좋은 음악도 듣고, 책도 조금 읽다가 자야겠다.

매일 달고 사는 '피곤하다'는 말도 조금 줄여봐야겠다.

주말엔 브라이스가 쉰다면 어디로든 산책도 다녀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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