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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Apr 01. 2017

싫다

싫다.

싫은 감정이 마구 든다. 아무래도 이 더럽고 불쾌한 감정을 이렇게라도 털어버려야 할 것 같다.


(줄리에 대한 것은 아니다. 오늘 줄리 덕에 웃을 수 있었고 위로를 얻었고 다시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줄리에게 감사 또 감사를)


고작 몇 개월 일했지만 작은 고개를 하나 넘을 시점이 온 것 같다.

일하기가 싫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압박받기가 싫다.

물론 난 지시 받고 배워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아무때나 무턱대고 들어오는 건 싫다.

왜 지시받는 사람은 깜박이 없이 들어오는 차도 사고 없이 받아들여야 할까.

지시하는 사람은 왜 당연하다는 듯 치고 들어올까.

나는 왜 쉬는 순간에도 죄인인것처럼 압박감에 절어 사는 걸까.

내 자신에게 분노가 밀려오기도 한다.

혼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내가.

그래서 잘하려고 안간힘을 쓰다 혼자 고장나버리는 내가.

이래놓고 다시 일하는 현장에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듯 해내겠지만.

몇 안 되는 쉬는 날마다 압박감에, 죄스러움에, 두려움을 안고 사는 건, 적어도 오래는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점점 든다.

고작 몇 개월한 주제에 판단할 계제나 되냐고 깐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몇 개월이라도 일한 건 일한 것이 아니게 될까. 그런 무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런 감정은 나와 늘 동행하는 이 외에는 말하지 않는 지극히 거멓고 어두운 감정이다.


답답함이 쌓이고 쌓인 나머지 이런 구질한 준공개 공간에 늘어놓고 잠에 들 작정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싫은 짓이지만, 어쩌겠는가. 나에게 이렇게 약한 면이 있다는데.


그나마도 인스타 페이스북 같은 곳에서도 올리지 못하고 이런 반익명의 공간에 올리고 만다. 이렇게 조심하는 것도 참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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