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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Jul 02. 2017

나의 취미는

'취미 없는 삶'을 산다고 생각하다 문득

'취미란'을 한 때는 독서, 드라마/음악 감상 등으로 채우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굳이 취미를 꼽아보라면 위의 것들이 될 것이다.

 

취미란에 쓸 게 없어 쓴다고 놀림받는 취미들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나에게 취미는 책 읽기, 좋은 드라마/영화/음악을 마주하기, 그런 것을 보고 난 뒤 글을 써보기, 들이었다. (안타깝게도 운동은 좋아하지만 취미목록에 들어가진 못했다)


그러다 어떤 직업인이 되길 꿈꾸고 실제로 그 직업인의 궤도에 들어간 뒤로부턴 취미가 사라졌다.


워낙 정신없이 돌아가는 삶에, 때로는 '워크'와 '라이프'가 일치해지는 삶 덕분에 취미를 잃었다.


근 몇 개월 간 나의 취미는 '잠'이었을 것이다. 잠은 본능에 충실한 행위일테니 이것도 취미에 넣지 못할런지도 모르겠다.


줄리와의 만남도 취미 영역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의지를 갖고 내가 의욕적으로 해내려 했던 일이니까.


그러나 그 누구도 해줄 수 없는 '나만의 영역'.


더럽게 오염된 내 감정을 스스로 씻어내거나, 많이 쌓여 무거워져버린 마음들을 비워내는 혼자서 해내야 하는 그런 취미들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직장인들이 왜 주말에 악착같이 취미를 찾고, 일부 부장님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등산을 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일 열심히하다 쉬고 그러면 되는거 아닌가 싶었다.


일한지 6개월쯤 지나 (고작 6개월이지만) 내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니 취미란 것이 필요하더라.


나를 채우기도 하고, 비워내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도 하고, 잡생각을 버려내기도 하는 그런 취미들.


국어사전에선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부르지만 한자어 뜻을 뜯어보니 '뜻 취'에 '맛 미'가 만난 것이란다.


뜻 있는 맛. 이를 누릴만한 그런 일을 만들어야겠다.


결론은 '취미를 찾겠다'이다.


잠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 의지하는 식으로만 해선 해낼 수 없는 내 자신이 단단해질 취미.


마침 내게도 취미를 조금이라도 누려볼 계기가 생겨 오늘 오후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다. '두근두근 내인생'을 읽고 홀딱 빠져 도서관에서 그 작가 쓴 단편을 모두 읽던 그런 마음을 담아 김애란의 신작 소설집을 샀다.


여름밤에 흐르던 인디 음악가들의 새 노래들을 듣던 기억을 담아 지금 글을 쓰면서 신곡들을 올려다 놓고 듣고 있다.


취미가 별 거 있겠나. 국어사전의 뜻처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을 하다가 한자어을 직접 풀어낸 것처럼 '뜻 있는 맛'을 얻어내면 되는 일.


이젠 좀 그렇게 다채로운 빛깔을 누리면서 지내야겠다! 오늘의 아무말대잔치, 주저리 끝.


2017.07.02 비가 열대기후처럼 쏟아졌다 그치는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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