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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Aug 05. 2017

대가 없는 글쓰기

뭔가를 바라고만 글을 쓰는건 아닐까

나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지금은 글을 쓰면서 먹고산다. 여전히, 글쓰기가 좋다. 하지만 이전처럼 자신있게 좋다고는 못하겠다.


초등학교 1학년 방학쯤 남긴 일기에 '찌르르'라는 표현을 써낸 걸 보고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믿었다'.  이후 그 믿음을 확신으로 만들기 위해 그 나름의 연단을 거쳐 글쓰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됐다. 지금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실을 전달하고, 어떤 이의 말을 퍼나르는 일을 한다.


하지만 글쓰기를 업으로 삼으면서부터 이것에 목적을 품지 않으면 쓰지 못하게 됐다. 흔한 입말로 '야마 없으면' '얘기 안 되면' 글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 나의 글은 누군가의 피드백이 있어야만 하고, 독자들에게 반향을 일으켜야만 한다고 믿었다. 물론 이 글에도 야마는 있다. '대가 없이는 글을 쓰려하지 않게 된 나에 대한 반성'이다.


이런 글을 써내려가는 속내도 따로 있다.  기대하는 대가가 있기 때문이다. 소리없이 늘어나는 구독자를 확인하기 위해 브런치에 접속했을 때 '쓰다'를 주제로 진행하는 이벤트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실수인 척 화면을 클릭해 내용을 들여다보니 경품이 있었다. 3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을 준단다. 욕심이 났다.


사실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 호텔 숙박권이다. 그런데 글쓰기 하나로 돈 쓰는 걸 아낄 수 있다니 탐이났다. 이미 나는 글쓰기로 돈을 벌고 있는데 말이다. 또 벌고 싶었다.


이왕이면 무릎을 탁치게 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왜 브런치를 통해 데뷔한 수많은 작가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글을 남겨왔지만 내심 그들이 부러웠다. 속으로는 늘 대가를 바라고 글을 남겼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읽는 이에게 깨달음 또는 즐거움 또는 위로를 선사하기 위해 글을 쓰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동의한다. 또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대가만을 기대하거나, 써야하기 때문에 쓰는 글만 남기는 현실은 좀 슬프다.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서, 누가 보든 안 보든 내면의 즐거움을 위해 쓰는 글은 정말 없는 걸까. 고민이 깊어진다...로 마무리하는 이 와중에도 내 머릿 속 한 켠에는 호텔숙박권이 자리잡고 있다. 웃기고도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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