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by 브라이스와 줄리

주말에 영화 '내 사랑'을 봤다. 서사 구조가 생각보다 단순했다. 등장인물도 모드와 에버렛을 빼고나면 너댓명이나 될까. 영화 배경도 에버렛 집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래서 좋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사람만 보였다.


마지막 장면은 모드를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털썩 앉은 에버렛의 모습으로 끝난다. 늙고 지친 에버렛과 꽃과 나비 그림으로 둘러싸인 집안의 모습은 에버렛을 더 슬퍼보이게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감정이 영화가 끝나자 갑자기 몰려왔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절대, 어떤 일이 있어도 볼 수 없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온통 그 사람의 흔적과 향기가 가득한 집에 혼자 남게된다면 그 상실감은 얼마나 클까.

(감사하게도) 주변 사람을 잃어본 적이 없는 나는 가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이날도 이런 생각으로까지 확장됐고, 자연스레 내 옆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이입이 되었다. 나는 눈물을 훔치며 한껏 감성높인 목소리로 건이에게 말했다.


"난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나보다 일찍 죽지마.. 흐규흐ㅜ구"

그러자 건이는

"우린 아직 젊잖아!... 배고. 일단 맛있는거 먹자!!"


평소 같았으면 진지하게 리액션 해주지 않았다고 눈을 흘겼을 테지만 이상하게 이날은 '맛있는 거 먹자'는 건이의 말이 좋았다.


맞다. 우리도 언젠가 늙고 병들고 이별을 하는 날이 오겠지.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에버렛은 모드가 죽기 전 "왜 당신을 부족한 사람으로만 여겼을까"라고 말했다. 나는, 우리는 '당신을 부족하다'고 여기지 않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아껴주며 살면 되는 거다.


결국 우리는 이날 저녁 이 깨달음을 몸소 실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폭탄 피자에 파스타, 맥주를 후루룩 촵촵 비우고 집 근처 오락실에서 노래까지 몇 곡 땡기고 돌아갔다. 영화에서 생략된 모드와 에버렛의 수많은 일상도 실은 이렇지 않았을까. 지금을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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