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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라비 Feb 24. 2022

내가 엄마를 떠날 수 있을까?

나의 행복 vs 가족의 행복


(2021년 8월 말 작성)


P가 한국에 도착했다. 아직 집이라고 느껴지진 않겠지만 이번엔 호텔이 아닌 그 곳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호텔 자가격리일 때는 비용은 많이 들었어도 식사도 제공해 주고, 실내도 깨끗하고 필요한 물품들이 다 있어서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텅텅 빈 집에서 자가격리 중이니 맘이 더 쓰인다. 2주동안 잘 버티길!


P는 1년 계획을 하고 이번에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서 1년을 보내기 위해 지난 12월부터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작년 12월 당시 잘 다니고 있던 직장에 한국에 오기 위해 노티스를 주고, 집 계약도 해지하고 비자 준비를 했다. 비자 서류가 도착한 다음날 에어전시가 비자를 신청하러 갔는데, 그 날 정부에서 갑자기 영국 신규 비자를 중지시켜버렸다. 그렇게 P는 직장도 잃고, 살던 집도 계약이 끝나 엄마 집으로 가서 온라인 튜터링을 하면서 지내게 됐다. 5월 경에 비자가 풀리긴 했지만 시기 상으로 일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무작정 잡오퍼를 기다리는대신 관광비자로 한 달 반동안 한국에서 지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비용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지만, 직장에 다니는 내가 조금 더 부담해서라도 꼭 보고 싶었다. 그렇게 6월 중순에 도착해서 2주동안 격리를 마치고 우리는 9개월만에 재회를 해 너무 소중했던 한 달이라는 시간을 같이 보냈다. 그리고 6주 뒤, P가 다시 한국에 왔다. For one year!


우리가 런던에 있을 때 장거리연애를 하기로 결정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국적이 다른 커플인 만큼 어느 나라에서 살지에 대해서 얘기했다. 나는 당시 2년동안 런던에서 살면서 한국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여행도 다닐 수 있고 가족들과 떨어져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만족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그 질문에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영국에서 사는 삶이 더 좋다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작년 9월 한국에 돌아왔는데, 영국에 가기 전과 후의 상황이 달라져있었다. 부모님은 나이가 더 드셔 여기저기 편찮은 곳도 많고, 엄마는 허리가 너무 안좋아져서 수술을 하기로 하고, 하나밖에 없는 오빠는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


P는 한국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한국에서 살게 되면 유럽과 달리 여유가 없다는 것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는 너의 가족과 너의 나라에 대해 알기 위해 기꺼이 한국에 갈 거지만, 라이프 스타일 등을 고려했을 때 1년 이상은 살고 싶지 않아." 장거리연애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명확하게 표현했다. P가 지금 막 도착했으니 우리에겐 1년이라는 시간이 있지만, 사실 나는 한편으로 너무 무섭다. 한 번은 울면서 일년이 지나고 P가 영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내가 한국을 떠날 수가 없으면 어떡하냐고 물어봤다. "지금 당장 미래의 일에 걱정하지말고, 우선 지켜보자. 항상 해결책은 있어." P의 대답.


과연 우리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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