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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유행 단상

지극히 사견

by 물 결

영화 드라마 업계에서는 본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에 분명한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이 메시지라 함은 대중들로 하여금 진정으로 올바른 길을 제시한다는 의도와는 종종 거리가 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자들은 철저히 영화드라마 산업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시장으로 작품을 접근한다. 대중적인 요소를 공략하여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과 시청자 수를 확보해야만 제작에 투입되었던 막대한 물리적인 비용과 경제적인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의 OTT 기업들은 양산형 유튜브 숏츠 계정을 개설하여 화려한 연기 장면이나 자극적인 사건 전개과정이 한창인 장면 몇 개를 무작위로 시청자들 앞에 띄워낸다. 평소 독특한 대사와 캐릭터로 클리셰적인 스토리를 환기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재작년 한국을 휩쓸었던 <더 글로리> 열풍 속에서도 반감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극 중 인물이 과하게 선정적 묘사를 하는 장면이 숏츠를 통해 바이럴 되는 홍보방식을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더 이상 영화 드라마 제작자에게는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하는 것이 본질이 아니다. 메시지를 담는다고 한들 극의 매력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다. 그렇기에 무거운 사안을 요소로 다루기 위해서 필히 선행되어야 할 사회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 객관적인 전후상황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과 파악은 하지 않는다.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주인공이 처절한 복수를 통해 권선징악을 이룬다는 주제를 표방한다. 하지만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잔혹한 폭력들의 행위를 날것으로 묘사하는 것을 서슴지 않으며 그들이 가졌을 상처에 미디어는 더더욱 재를 뿌린다. 주인공이 뼈를 깎는 복수를 실행하고자 하는 동기를 시청자에게 이해시키기에 충분한 정도로만 묘사하는 데에 멈추지 않는다. 제작자들이 쉽게 다루는 '학폭' '범죄' '정치'와 같은 주제는 어떤 이에게는 현장에서 발 딛고 고통과 싸우고 있는 실황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관객과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자극을 버무리기 적합한 맛깔난 요리재료 그 이상의 가치로는 다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제작자들은 영화에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영화 드라마는 대중에게 재미와 유흥을 소구 하기 위해 만들어진 매체라고 생각하는 제작자들의 왜곡된 의식이 콘텐츠의 본질을 퇴색시키고 있다.

숏츠 세상에서도 대중매체의 존재 이유를 순기능으로서 자리하게끔 만드는 콘텐츠가 분명 존재한다. <1분만>이라는 숏폼 채널은 시청자들이 평소에 궁금해할 법한 시사 상식 생활 등의 다양한 영역에 걸친 주제에 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전달하여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1분 과학>이라는 채널은 과학과 철학에 대한 메시지를 심도 있는 고찰과 자료조사를 기반으로 하여 풍부한 사색의 계기를 제공하며 과학분야 마니아층 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과학과 일상에서의 철학적인 담론을 연결 지어 사고할 수 있게 만드는 매력적인 채널이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제작자들이 미디어를 제작할 때 청자들에게 정보전달자로서 소통의 창구로써 발전적인 안목을 제공한다는 제작이념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 케이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숏츠에서 자주 마주치는 영화 드라마 장르는 재미와 유흥만을 소구 하기 위해 만들어진 매체로 여겨지게 된 지 오래다. 최근 한 영화 관계자의 요즘 작품들에 대한 평을 보면 "칼로 사람 목을 정중앙으로 찌른다든지 눈알을 빼고 손목을 자르는 등 표현이 과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현재 제작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소구 포인트는 '자극'과 '폭력'이다. 그리고 이는 대기업 미디어 제작사들의 주도 아래 숏폼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각층의 대중들에게 전방위로 난사되고 있다.

대중들이 처한 미디어로 인한 자극문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수용 역치를 넘기는 것을 의미하는 ‘도파민 중독’으로 대두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폭력적인 콘텐츠 유통구조에 놓여 있는 소비자들의 처지는 중대한 사회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유튜브 ‘숏폼’ 등의 형태로 기업들이 사람들이 이익 추구를 위해 중독적인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양산하여 스마트폰 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시간을 늘리려는 의도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라는 산업구조 안에서 영화 드라마 업계와 일부기업들의 광고마케팅이 주도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현시대의 대중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뉴스와 영화 드라마 등 숱한 종류의 대중매체 속에 시시각각으로 자극을 받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언론과 영화 드라마 제작자가 가져야 할 본분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수익을 창출하여 그들의 사익을 위한 경제활동으로서 그들의 직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그들이 대중의 생애주기에 걸쳐 어떠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지를 인지하는 것이 대중매체 생산자로서 가져야 할 제작이념인 것이다. 대중들은 저마다 제각기의 성정과 성격을 소유하고 태어난다. 그 기질은 대부분 유전적인 영향으로 타고나고 특히 유년기 성격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가정환경과 미디어 노출 정도이다. (필자는 미디어 노출도 부모의 계도로 통제될 수 있는 가정환경의 영역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의 내용과 장면은 성인기에 이르는 연령까지 지속적으로 가치관을 변화시킨다. sns가 발전하면서 미디어에서의 폭력적인 장면이 하나의 유행문화가 되어 특정한 장면이나 대사가 숏폼으로 재생산되고 옮겨지게 되면서 미디어를 직접 시청하지 않았던 시청자에게까지 강제적으로 노출되며 결과적으로 그릇된 도덕관념의 순환고리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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