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타를 쓰다가 저널리즘에 빠지기

전공책을 읽었다.

by 물 결
스크린샷 2025-10-20 012917.png 브리타 공식 인스타그램

브리타 필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꽤나 그 유용함으로 인지도 있는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나도 평소에 물을 끓여먹다가 식히는 과정이 귀찮아 고민하던 중 친구가 브리타 필터를 추천하길래 구매했다.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바로 정수해서 마실 수 있다니. 얼마나 간편한가. 딱 이정도의 감상으로 책을 읽다가 놀랐다. 브리타가 환경오염과 관련돼 있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꼬집은 사례로 등장한다. 브리타는 웹사이트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가리키는 사안으로 생수병 사용을 중단하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생수병을 줄이기 위해서 본인들의 제품을 살 수 있는 하이퍼링크를 제공하고 있는 그런 흐름의 내용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브리타 정수기의 필터를 재활용품으로 쓸 수 없다고 하며 그들이 내거는 친환경 사회를 이루자는 메시지와 상품의 본질이 어긋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저널리스트로서 이런 역설적인 상황에 대한 취재를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창출을 전제로 한다. 모두에게 공정한 진실을 전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 신문사와 언론사들도 촌지나 뇌물을 제공하여 기업에 유리하도록 고발 내용의 수위를 낮추는 데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수익구조에 예속되는 엄연한 기업체이다. 기자가 청중에게 전하고자 하는 객관적 사실 보도라는 가치와 이들이 다루는 내용이 경제적인 가치에 좌지우지 되는 시대가 되었다. 기사가 더 이상 정확한 사실에 대한 보도가 아닌 게이트 키퍼로써 은폐하고 싶은 사실은 덮고 보도해도 수익과 그들의 존폐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딱 그정도 수위의 기사만을 쓴다면 이 사회에서 기사의 의미는 길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의제설정 이론' 처럼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의 부패 관련 사안에 집중하기 보다는 국민들의 눈을 부패가 아닌 다른 가쉽거리에 쏠릴 수 있게끔 알맹이가 없는 부차적인 내용만을 공격적으로 그리고 맹목적으로 보도한다.


언론과 홍보의 연관성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언론사들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수익에 절절 맨 나머지 진실을 축소하거나 뜬금없는 기사를 내는 것만이 아니다. 책에도 언급되어 있는 것 처럼 언론미디어와 홍보가 대립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양 측간 사실을 바라보는 차이에서 비롯된다. 홍보는 세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광고한다. 홍보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쟁점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수익적 타켓을 특정 집단이 아닌 더 포괄적인 두루뭉술한 넓은 범위로 잡기 위해 옳지 않은 방향으로 호도해야할 때가 많다. 이를 테면 소주광고에서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젊은이들의 모습을 찬란하게만 그려내는 소주광고의 장면들이 그렇다. 이러한 광고들은 어린이들이 이 광고에 노출되었을 때 술을 마시면 저렇게 자유로운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이라 인식하게 될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기자가 마땅히 써야한다고 평가받는 가치들은 이 세상의 본질을 망가지게 하고 침해하는 이들에 대한 사안이다. 상대적으로 엄중하지 않아 피로도가 낮은 ‘광고’적인 글에 선호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한다.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가해지는 폭력을 다룬 기사를 보고 단순히 나에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넘기는 청중의 태도를 붙잡아두고 소구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역량도 기자에게 달렸다. 또한 청중도 무심코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넘길 그런 사안들이 모여 그 계층만의 일을 넘어 종국에는 그 글을 읽는 본인에게도 그 영향이 침범하는, 사회 전체의 공익의 문제와 연결된 사안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야 이런 기사들에 대한 관심이 사장되지 않을지 끊임없이 해결책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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