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과 인연 사이에서
"다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사람 만나고 떠나고 하는게 다 영화더라"
그 말을 듣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돌아봤다 사람은 어떤 때가 오면 구태여 하지 않을 말을 하고 용기를 내고 연락을 한다 나는 살면서 사실 그 어떤 때가 정말 자주 오는 사람이었다 지금 연락을 안 하면 평생 못 친해질지도 몰라, 지금 표현을 안하면 내가 마음이 있는지도 모를거라는 말을 하는 거라기 보단 그냥 그것도 내가 지금 표현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다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땅으로 꺼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 놓치면 후회한다느니 이런 거창한 슬픈 감정을 가진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한번 친해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언제든 먼저 표현하고 구태여 먼저 다가갔다. 괜히 날씨가 좋지 않으냐며 이렇게 해가 쨍쨍한 날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냐며 너스레를 떨고 먼저 어떤 가수를 좋아하느냐 등을 물었다.
“보통은 초면에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는 잘 안 하지 않나요?”
어떤 사람이 했던 말이다. 취향을 묻는 대화가 그렇게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던 사람도 웬걸 하루 온종일 검정치마의 노래에 얽힌 에피소드에 대해 수다를 나눴다. 먼저 표현하면 대개 어떤 사람이든 환하게 답해줬다. 그런데 정말이지 그 거창한 감정이 초장부터 밀려오는 사람에게는 가수를 묻는 쉬운 말 조차 너무 어려웠다. 이를테면 내가 검정치마를 좋아한다는 간단한 말을 뱉는것도 설마 상대가 검정치마 노래 중에 알고보니 별로 내켜하지 않는 노래가 있는 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든다거나 별의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입을 떼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정말 좋은 사람을 보면 왠지 친해지고 싶다는 감정을 눌러왔다. 그렇게 고민하지 않고 괴롭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게 생각보다 너무 좋은 것이라는 걸 안 뒤로는 더 그랬다.
여하튼 우리도 그 굳이가 없었더라면 이어지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한다 그 아무런 노력과 상대에 대한 의식 없이도 스며드는 사이가 있는 것처럼 우리도 애꿎은 노력없이도 그런 사이가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만날 사람은 만난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모든 관계를 내가 노력하고 마음을 써야지만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어느샌가 친해져있고 편해진 사이가 진짜 운명이라고 생각이 드는 관계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안될 관계를 죽도록 이으려 노력하고 헤매는 사이도 있다. 물론 둘다 소중하지만 노력하고 들인 감정이 억울해서 두 번째를 더 가치있다고 위안했던 것도 같다.
요즘 들어 다시 변하고 있다 상대의 마음에 눈에 들기 위해 그 사람의 말과 감정을 살핀다는 것은 다시 없을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나만 해서 힘들다고, 헛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한둘씩 만나기 시작하니 정말이지 행복해졌다. 운명은 나만이 아니라 서로 진심이냐 나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