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잘 나아가는 삶
나는 나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 산다. 명확한 것 같기도 하고 얄팍한 뜬구름 같기도 한 문장이다. 요즘 스킨이나 로션을 바르려고 이마를 무의식적으로 한껏 찡그리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잔여물을 두드리고 거울을 보면 찡그렸던 그대로 이마와 눈가에 주름이 남아있다. 없어지려면 적어도 10분은 지나야한다.
사실 과거의 나는 가진 역량과 이상의 크기가 비슷한 사람이었다. 학창시절에는 아무래도 공부와 내가 잘하는 분야를 병행해도 시간이 비교적 남을정도였다. 공부도 하면서 백일장을 나가면 상이란 상을 다 탔고 공부를 하면서 노래 연습을 몇시간 남짓만 해도 대회에 나가면 매번 상을 탔다. 그래서 난 내가 꽤나 모양새 좋은 정도의 재능을 타고난 줄 알았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런 안일함은 연마를 게으르게 만든다. 꿈이야 있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하는 길을 굳이 갈 생각까지도 없었고 취미 정도에서는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취미에 대한 이야기고 글에 대한 이야기는 좀 다르다. 내가 새로 나아가려는 PD와 콘텐츠 직무의 길은 글에서 독자에게 인사이트와 톡톡튀는 유별난 아이디어를 줘야한다는 소명이 분명한 직무다. 그런데 어릴 때의 찬란함과 지금보다는 시간을 비교적 많이 투자하는게 가능했던 학창시절에 비해 내 글실력은 글쎄.. 그때에 비한다면 참신함과 표현력이 아쉽게 느껴진다.
수그러들지 않는 인스타의 영향력 덕에 시간을 순간마다 잡아두는 수단으로 사진, 즉 이미지의 역할이 유지되고 있다. 영상의 시대가 오고 짧고 긴 영상들이 우리 삶을 덮어간다. 사진이라도 유지되는게 고마울 정도로 텍스트는 사진과 영상에 겨우 박혀있는 게 아니고서야 찾아볼 수가 없다. 덕분에 나도 글과 조금씩 멀어지려 한 시기가 불과 얼마전까지 있었다. 준비하는 직무 특성 상 영상을 자주 봐야하다보니 텍스트를 머릿속으로 읽고 해석하기가 피곤하다고 생각되는 지경이 됐다. 이렇게 되니 당분간 쓰지 말자고 다짐했던 자기복제같은 글을 기어코 또 쓰기 시작한다. 글이 늘지가 않으니 쓰는 것도 싫어졌다. 왜 맨날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쓰냐는 피드백을 받으면 또 글쓸 생각이 사라진다. 글을 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진로를 바라면서 실력이 안늘어서 연마를 안한다니 게으른 소리가 따로 없다. 아직도 보여주는 글을 쓰려다 보니 심통이 난건지.. 내가 정신을 덜 처린거다.
내가 기분에 입각한 글만 쓰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내가 특정 분야를 깊게 아는 게 많이 없어서 지식을 채워 넣는 단계여서 그런 것임을 깨달있다. 사람들은 경험은 각기 다르게 하지만 결국은 감정의 분류가 비슷하기 때문에 감성적인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다방면에 배경 지식의 인풋이 많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사실 그렇다고 넓게 아는 사람인지도 의심이 든다. 사회 인문 IT 경제 알아야 할 것들이 하루에 넘쳐난다. 매일 듣고 봐야할 분야의 지식들만 해도 하루에도 몇 만개가 넘게 쏟아져 나온다. 스크랩 하기도 벅차다. 유익한 유튜브 채널들도 영상을 보는 시간이 아까워 AI로 영상을 요약한 정리본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진로 목표를 가졌으니 이렇게 억지로라도 세상에 귀를 열고 눈을 떠서 보려하고 지낸다. 이렇게 살지 않으면 시장에서 뒤쳐질까 두렵다. 세상을 매일같이 들여다보고 파악하지 않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수시로 변한다. 준비하고 보고 들을 게 너무 많은데 시간은 너무나 한정되어있다.
진짜 성공하는 이들은 시간을 잘 쪼개는 데에 재능이 있는 사람임을 실감한다. 마음이 공허해질 때마다 모순적이지만 어김없이 인스타그램을 키고 사각형에 담겨있는 무수한 잘난 이들을 본다. 닿지 않는 공상 속에서 그들이 가진 것,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것, 그리고 그들이 쓰는 것들을 본다. 세상에는 너무 유능한 사람들이 많다. 비교하는 것도 무의미할 정도로 태생 자체가 남다른 이들도 많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한다. 취미에 미쳐있든 공부를 하든 활동을 하든. 그러면서 동시에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작할 체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렇게 초인적으로 24시간을 멋있게 활용하고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시간을 탓하고 핑계를 대는 건 헛소리같다. 그래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기로 힌다. 감히 그들과 비슷해 질 수는 없겠지만 그렇기에 그만한 노력이라도 해보기로 한다.
여러가지로 힘이 부치던 때에 크러쉬가 쓴 글을보고 좀 놓을 것은 놓자고 마음을 잡았던 시기를 다시 떠올린다. 사실 난 다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 넓게 준비해 나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