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에 집단의 감염 관리에 있어 필요했던 것은 갑자기 생기는 집단 공포에 대해 질병에 대해 설명하고 부적처럼 안내하는 일이다. 감염 유행은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조직의 대표나 감염관리 담당 부서에서 어쩔 수없이 하다보면 능력이 생기게 되는데, 누가 가르쳐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코로나 시기의 방역을 이론화했던 일을 반박하는 것은 오래 전에 되었고, 코로나가 감기라는 것은 모든 의사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식을 더 만들어내고 할 것이 없다. 미국 제약회사나 세계보건기구에서 감염병을 주기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피할 수 없고 질병청이 스스로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한다면 몰라도, 이를 핑계로 과거 질병청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준다고 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상황에서 이미 다 알고 있는 지식으로 과거 사건들로 논쟁을 벌인다고 해서 이후의 감염 유행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외부에서는 이미 더이상 할 것이 없는데, 아직도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기피분야나 지역의 의사 부족은 해당 분야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등의 병상 통제를 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는 기본적인 지역별 병상 통제를 실질적으로 시행하는 것과 함께, 진료권별로 지역의 건강관련 문제들을 기반으로 의료전달체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재정이나 의사결정 권한을 어느정도 넘겨주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의료는 면허에 의한 전문가체제로 운영되고 병의원의 자율적인 참여에 의해 의료전달체계가 형성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칙적인 부분은 정부에서 결정하더라도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지역에서 참여해서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논쟁은 현실 문제와 동떨어진 의료인력과 관련되어 나타나고 있고, 이미 이론적으로 확립되어 있는 전문 분야별로 자신들 분야에 필요한 일들만을 주장한다. 정부가 전문의 중심병원을 얘기하는 것은 현실에 있었던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하는 것일 수는 있지만, 이것이 기피분야나 지역 의료 개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공의가 사직하고 학생들이 휴학한 상황에서 끝없이 논쟁만을 벌이고 있는데, 내용이 하나도 없어 더 말할 것도 없다.
국가 예산에 의해서든 특정한 상황에 의해서든 경쟁이 나타나면 현실에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상황은 분명하게 판단해서 행동해야 한다. 어떤 일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개인이 판단하는 것이지, 집단이 알려줄 수 있는 일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의료 문제에 대해서는 성과가 뒤늦게 드러나기 때문에 당시에는 아무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아직도 정부는 병상 제한과 같은 기본적인 제도는 얘기하지 않고, 전문의 중심병원 외에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데, 재정 지원이 많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초기에 적극적인 비판 후에 바로 전공의나 의대생들을 돌려보내고, 이후에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가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의사협회는 도대체 뭘 이기겠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고, 정부도 전공의와 학생들을 내보낸 이후에 마치 의료개혁을 하는 듯이 얘기하는데, 전문의 중심병원 도입 정도가 무슨 의료개혁인지 알 수가 없다.
현실에 당면한 문제는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의 휴학으로 생겨나는 의사 공백인데, 당분간의 의사 공백보다도 수련을 받지 않는 의사의 증가로 의료 질 수준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도제제로 이루어지는 수련을 받지 않는 의사가 늘어나는 것은 스스로 진료 경험을 통해 발전하는 것을 어려워지게 할 것이고, 집단적으로 의료 수준이 낮아질 우려가 있어 그 피해는 국가 전체에 돌아간다. 의사협회든 정부든 먼저 나서서 합의하고 끝내면 많은 비판을 받겠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합의를 해야 한다. 과거 이런 논쟁들이 생겨날 때마다 의사협회와 정부가 욕먹더라도 적절한 수준에서 합의하고 넘어가서 피해를 최소화했었는데, 이번에는 의대증원 숫자만 놓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난리다. 아무것도 안하면서 논쟁이나 만들고 집단 싸움이나 하고 있는 것을 무능하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결과로 전공의를 사직하게 만들고 학생들이 휴학하고 있으니, 그 결과가 그대로 드러나기는 하겠다.
의료체계가 면허에 의해 다른 분야와 운영되는 방식이 다르더라도, 집단적으로 이런 걸 구분 못하는 것을 수준이 떨어진다, 무능하다고 얘기한다. 아직도 분야별로 나누어서 정부를 비판하는 듯이 얘기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서울 대형병원들과 쟤들보다는 자신들이 낫다는 듯이 전문의 중심병원을 얘기하면서 대규모 예산을 얘기하는 정부나 현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별로 없다. 무엇을 하든 병상 제한 등의 기본적인 제도 도입이 없이는 기피분야나 지역의료 강화는 없을 것인데, 재정이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라도 제대로 완결을 짓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공적이고 집단적인 일에서 최소한 논리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은 조직 내외부의 소통을 위해서도, 개인이나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내후년이라도 의대정원 확대 축소 정도로 합의하고 끝내버려야 하는데, 마지막까지 아무런 정리도 하지 않고 예산이나 뿌리면서 자신들이 옳다는 얘기만 할 기세인데, 같이 망하는 길로 갈 모양이다.
과거에 의사협회장들이 욕을 먹으면서도 합의를 하는 것을 보면 개인의 행동에서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도대체 무슨 판단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집단으로 사직하고는 빅5인지 빅6인지를 내세우면서 학교별로 대표를 얘기하는 전공의들이나 교수들한테 뭘 기대하겠냐만은, 과거 정부나 의사협회에서 욕먹으면서도 정리를 하던 일들이 참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