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의 무능에 대해

by 배상근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외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전통적으로 유교 문화로 공동체를 중요시한다. 소통이 활발한 것은 장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개인이 자유로이 행동하는 것을 가로막아 발전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사회의 문화와 환경을 잘 고려해서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러한 문화 속에서 지도층에서 문제가 생기면 극복하기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문화 속에서 집단으로 뭉치게 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에 익숙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극복하는 일도 할 줄 안다.

진선미로 따지자면 선을 중시하는 풍토가 강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모든 일들이 다 연결되어 있고, 하기 나름이다. 현실에서 사실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기반이 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우선이고, 새로운 시도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하지만, 결과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때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일을 따라가는 것이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기존에 정립된 일들을 그대로 따라하는 방식으로 변화나 혁신이 나타날 수는 없고,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어떤 일이라도 필요한 일들을 시도하다 보면 변화가 나타나게 마련이고, 이후에 겉으로 드러나는 현실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건전한 경쟁이 나타나는 것은 장려할 일이고, 우려할 필요가 없다.

때로 분업화된 사회에서 분야별로 정치경제적 경쟁과 다툼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현실 문제와 동떨어진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지역이나 기관 등 현실의 공동체를 경시하게 될 수 있어 오히려 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전문 분야의 업무에서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사회의 공동선과 부딪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여기에 외부에서 개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분야라도 사회와 연결되는 공적인 일을 다루지 않을 수는 없고,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일들이 소속된 개인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지속되면 개인도 조직도 더이상 발전은 없다.

모든 일은 사회의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문제들도 끊임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면 더이상의 발전은 없다. 때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자영업에도 프랜차이즈가 대거 출현하여 하는 일도 없이 이익의 많은 부분을 가져가기도 하고, 스마트폰이 나오니 배달앱이 등장하여 손가락 운동의 편리함을 강조하면서 이익의 많은 부분을 가져가기도 한다. 이제와서 자기네들끼리 공생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어떤 혁신이 나타날 것도 없어서 산업으로 만들어질만한 성격이 아닌 일들이었고, 새롭게 발전한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서 자영업자들의 일에서 나오는 혁신의 열매를 약탈한 것 뿐이다. 본래 정보는 권력인데, 아무것도 하는 일도 없이 정보통신 기술 발전으로 인한 권력 변화를 이용해 약탈적으로 운영하니, 더이상 행동에서 혁신이 나올 것이 없는 시기가 되니 불안정이 초래되는 것은 당연하고, 결과는 정해져있다.

과거 전통적인 식품 기업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으로 생활에서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고 여기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결과물들로 경쟁을 했다. 라면, 커피믹스와 같은 제품들은 분명히 변화를 이끌어냈고, 가끔 커피보다 분위기를 판다는 기업이 대놓고 나타나는 외국과는 환경이 다르기는 해도, 나름 잘 적응해서 발전하고는 했다. 대부분 사업의 진행 방향은 조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정해지겠지만, 외부 환경의 변화나 위기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은 사업주가 하게 될 것인데, 조직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정하는 일이 생존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재정이 풍족해질수록 좋기는 하지만, 변화나 혁신할 것도 없는 곳에 쓸데없이 투자를 하고 조직만 키우면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는 시장에서 다루기 어려워 공공기관에서 다루는 범위가 넓은 일들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국가의 제도가 현실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사회에 문제는 누적되지만, 아무리 재정을 투자해도 누구도 손대려 하지 않을수도 있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밑빠진 독에 물을 아무리 부어봐야 달라지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의료체계 내에서 병의원은 환자를 많이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대부분 수련 이후에 전문의를 취득하게 되기 때문에 전문 과목에 따라 진료범위가 차이가 있지만, 일차 진료는 전문과목에 관계없이 모든 의사가 무리없이 볼 수 있기 때문에, 환자를 확보하는 것은 의사의 전문 과목 진료 능력이 아니라 환자-의사 관계 형성과 진료 과정에서의 노력에 달려있다. 요즘은 의료광고나 방송에 의사들이 나와서 사람들이 알 필요도 없는 의료지식을 얘기하고는 하지만, 의료시장에서의 경쟁은 그런 식으로 나타날 수가 없고, 환자-의사관계는 그렇게 단순하게 형성되지 않는다. 중증 환자 진료도 의료체계 내에서 의사들 사이에서 신뢰를 얻어야 환자를 보내주기 때문에 이러한 홍보나 광고의 효과는 더욱 제한적이다. 그러나 대형병원 선호 현상이 심해지고 의료기술 발전으로 고가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의료체계 내부의 질서도 영향을 받고 있으나, 의료체계 내에서의 시장 경쟁은 환자-의사관계와 의료전달체계에서 의사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문제가 생기기는 어렵다.

의료기술 발전은 비용 증가를 가져오기는 해도 우리나라 의사들이 대부분 잘 수련받고 진료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의료체계 내에서 수용되는데 문제를 만들지는 않는데, 서울 대형병원 선호 현상은 의료체계 내에서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뿐더러, 자본 투자와 경영 기법에 의한 병원 발전은 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면허로 관리하는 제한된 의료인력을 낭비하게 하고 있다.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지역 환자의 진료가 늘어나면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더니, 정책에서 지역의료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니 온갖 논란을 일으키면서 자신들의 진료 능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전문과목별로 건강보험 재정의 분배에 대한 경쟁을 하는 것은 연구 결과로 검증된 효과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지만, 정부 예산을 특정한 분야에 배정하는 것은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공적인 책임을 가지지도 않는 전문 과목별로 얘기하고, 이마저도 의료 자원 낭비를 만들고 있는 서울 대형병원 의사들이 주도한다. 이런 방식으로 내부의 경쟁 질서가 무너지고, 공적 자원도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행동 변화도 혁신도 있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의료 정책 중에서 어설프게 시도하고 결국 제도 개혁을 완결짓지 못한 대표적인 것이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통합인데, 의약분업은 약사들의 임상 참여가 사라지면서 약사가 근무하는 대형병원 앞 약국 시장, 의약품 리베이트 시장 등이 형성되었고, 건강보험은 통합 이후에 단계를 진행하지 않아 진료권에 따른 경쟁은 사라지고, 고가 의료서비스 시장만 발달했다. 두 제도 모두 현실 문제에 대한 약사나 의사의 참여와 경쟁이 사라지면서 불필요한 시장만 대규모로 생겨났다. 이번에는 그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겠는데, 서울 대형병원에서 수련받지 않은 의사들을 대거 고용해서 미국 민간보험회사와 같은 네트워크 병원을 만들어내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코로나든 필수의료든 지역의료든 공적인 일도 시도를 해야 경험이 생기고 해결 능력이 길러진다. 방송이나 신문의 의료정보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하기보다는 동네에 공원이나 운동장이나 만들고 복지제도나 완비하는 편이 사람들의 건강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미 학문적으로 결론이 다 나와있는 사실들로 정치 논쟁이나 만들어서 문제를 가리고, 현실 문제와 동떨어진 방식으로 재정을 배분하면 아무도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도 필요한 행동을 하지도 않는다. 공적인 일이 피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을 나누어서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식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집단적으로 무능해질 것이고, 결국은 자본이나 정치 권력의 영향만이 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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